나의 짤막한 사막일지 #6

_ 작별의 노래

by Snoopyholic

다음 날 아침, 모든 징조가 좋지 않았다.

내 손은 뭐에 쏘인 건지 엄지와 검지 사이가 부어올라 있었다.

그냥 모기 같은 것에 쏘였거니 생각하며 가지고 온 약을 발라놓고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을 먹고 물을 길어다 놓은 뒤 슬렁슬렁 걸어가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기를 쓰는데,

늘 비슷하게 들리던 사막의 노래가 다르게 들렸다.


사막은 내게 작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엥? 아니야, 아니라고, 아직은 아닐 거야...

고개를 저으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타타의 부인과 그녀의 언니가 내 배낭에,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속의 물건에 관심을 보였다.

자하라 때가 떠올랐다.

뭐 별 거 있겠나 싶어 몇 가지 물건을 꺼내 보여줬는데 둘 다 갖고 싶다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했다.

자하라는 교환의 표시로 뭔가 들고 오기라도 했지만이들은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일단 줄 수 있는 옷가지 같은 것을 건넨 뒤 나에게도 필요한 물건에 대해서는 거절의 의사를 밝혔는데 그때부터 우리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균열이 일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타가 돌아와서는 다짜고짜 내게 얼마를 내놓을 것인지 물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금액을 제시하자 처음에 합의가 된 내용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돈의 세 배 되는 가격을 말하며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당신과 합의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우리 사이에는 그야말로 거대한 언어의 장벽이 있어서 도무지 말이 통하지가 않았다.

처음에 나를 이곳으로 보내줬던 내 앞에 앉았던 시커먼 남자와 겨우 전화가 연결됐지만 그는 타타가 요구하는 돈을 주라고만 할 뿐...

할 수만 있다면 그랬겠지만 내게는 그만한 돈이 없었다.

결국 극적으로 두 배 정도 선에서 타협을 봤다. 그건 내가 바로 다음 날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제 교통의 수배가 시급했다. 하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이 하싼은 들어올 때보다 다섯 배에 가까운 돈을 요구했다. 나는 기운이 빠져 그냥 전화를 끊었다. 그냥 내일이 되면 늘 지프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치던 관광객들에게 부탁해볼 생각이었다.

안 되면 그때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다시 여유가 찾아왔다.

우물에서 아침마다 만났던 이웃집 여자가 나를 초대해서 그 집으로 마실을 나갔다.

조금이나마 영어를 쓸 수 있는 아들들이 있어서 그들의 도움으로 이런저런 수다를 떨 수 있었다.

힘들어도 사막이 좋다고, 사막이 주는 선물들을 가지고 욕심 없이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또 놀러 오라고 말하며 내 손을 꼭 잡는 그녀의 손은 한없이 거칠었지만 또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녀가 내준 대추야자 잼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잊을 수 없는 사막의 마지막 달콤한 맛.



다시 광활함 속에서 소박하게 저녁(음식의 맛과 질에서 부인과 나 사이의 균열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을 먹고 나는 한참 달빛 아래 사막을 거닐었다.

스케치북까지 들고 나와 이 말도 안 되는 아름다운 풍광을 담겠다고 바닥에 주저앉아 고군분투하기도 했다(물론 나의 그림은 나조차도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유치찬란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갈이라도 나오면 어쩔까 두려웠을 법도 한데 그땐 다음 날 사막을 잘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사막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게 될지, 나 없이 혼자서 물 긷고 낙타 똥 주우려면 타타의 부인이 애 좀 먹겠구나...... 아니다, 이제 곧 자하라가 돌아올 테지......

혼자 만감이 교차해서 어두운 사막에 도사리고 있을 위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몇 번의 실패에 대한 분풀이를 스케치북 종이 위에 하고 겨우 그림을 완성한 뒤에야 엉덩이를 털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와 착잡한 심정으로 잠들었다.

부어오른 손의 고통까지 더해져 힘들었던 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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