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사막 탈출
아침에 눈을 떴는데 손이 묵직해서 보니 쏘인 것이 주먹을 쥘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부었다.
거의 한 손으로 아침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떠나는 마당이기도 했거니와 손의 상태가 타타가 걱정했을 수준이었으므로 물은 길어오지 않았다.
타타의 부인이 안절부절 못하며 아들 주변을 서성이기에보니 아이가 피부병으로 고생 중이었다.
나는 가지고 있던 연고를 발라주고 남은 것을 그녀에게 주었다.
조금 뒤 그녀가 뭔가 화석 같은 것을 가지고 오기에 보답으로 주려나보다 했는데 사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괜찮다고 했다.
짐을 싸다가 그녀들이 탐내던 로션과 추가로 옷가지들을 선물했더니 엄청나게 좋아했다.
배낭을 단단히 싸서 비장한 마음으로 차가 지나다니는 길가에 앉았다.
차 한 대, 두 대, 세 대......
차가 달릴 때마다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아이들을 따라 나도 죽자 사자 달렸다.
아이들은 과자나 푼돈이 필요했고 나는 사막에서 빠져나갈 교통편이 필요했다.
네 대, 다섯 대, 그리고 마침내 여섯 번째 차가 나와 내 짐을 실어줬다.
황급히 타타의 부인에게 돈을 건넨 뒤 짧게 작별을 고하고 사륜구동에 몸을 실었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모로코를 종주하는 세 명의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함께 나머지 투어를 한 뒤 자신들이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샤워를 하게 해줬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따라 내 몸에서는 묵은 사막의 모래들이 와르르 흘러내렸다.
사막은 충분히 겪었으니 이제 깨끗해지라는 정화의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부었던 손도 차츰차츰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남겨뒀던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그들의 점심에 초대받아 맛있게 식사했다.
자신들과 하루 더 함께하지 않겠냐고 물어왔지만 나는 지금까지만의 호의로도 넘친다며 사양했다.
그들의 친절한 가이드 압둘이 기꺼이 퇴근하는 길에 나를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줬다.
내 손에 코란을 쥐어줬던 친구들이 있는 도시로 돌아가는 밤 버스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산책을 나와 나무 위에 앉아 가만히 사막에 귀를 기울였다.
사막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아주 오래도록 그리워할 노래를......
the end
p.s.
나를 사막에서 꺼내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준 압둘과는 여행 뒤 페즈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그와 나는 이따금씩 얼척스 없는 스페인어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메르주가에서 나를 사막으로 보내준 커다랗고 시커먼 남자의 동생이 내가 깜빡 잊고 두고 온 짐을 가져다 주며 형이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과학 선생님인 친구에게 사막에서 그 사람들이 마시는 우물물 마셨다고 엄청 혼났다. 잘못하면 내장에 손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혹시 사막으로 여행을 가시는 분들은 충분한 양의 생수를 준비해서 가시길.
사막 여정에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꾸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