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이야기 #1

시작

by Snoopyholic

그러니까 모든 일은 1985년에 모로코 출신의 사진작가 브루노 바비(Bruno Barbey)가 츠키지 시장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되었다.

어스름한 새벽, 큰 창고 비슷한 곳에 막 입고된 것으로 보이는 냉동 참치들이 나란히 누워 판매되길 기다린다. 얼마나 꽁꽁 얼었던지 냉동 참치의 몸에서 드라이아이스처럼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안개처럼 낮게 깔려 마치 그들이 구름 위에 누워있는 것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상품의 상태를 구매자에게 더 잘 보여주기 위해 몇 몇의 일꾼들이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최후의 손질을 한다. 그들도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하다.

갤러리에는 근사한 사진들이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독 그 작품 앞에서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였다. 사진을 찍은 순간이 몇 시였는지, 저 많은 참치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잡혀왔는지, 거대한 츠키지 시장의 어디에서 저런 광경이 벌어지는지, 많은 참치들이 결국 모두 팔리긴 하는지, 과연 모로코에서 도쿄까지 먼 길을 찾아왔을 브루노는 어떤 생각으로 이 순간을 포착했는지, 사용한 카메라는 무엇이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는 얼마였는지 등 많은 물음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진으로부터 내 머릿속으로 떠밀려 왔다. 마지막 물음표는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도쿄를 방문한 횟수가 꽤 되는데 어째서 나는 단 한 번도 문을 연 츠키지 어시장을 본 적이 없는가, 에 찍혔다. 물론 그동안 하도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해주어서 몇 번인가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심지어 시장 근처의 유명한 초밥 식당에서 맛있는 초밥을 먹으며 감동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문을 연 츠키지 시장만은 단 한 번도 구경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브르노 바비라는 사진작가가 30년 전쯤에 찍었던 한 장의 사진이 나에게 이곳이 궁금하지 않느냐고, 이번 기회에 찾아가보지 않겠냐고 속삭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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