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우산을 씌울 수는 있다.
비가 오는 걸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줄 수는 있다.
고객중심경영 관련 강의를 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문구이다.
우리는 종종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한다. 자연재해, 팬데믹, 예기치 못한 사고. 그 어느 것도 우리의 통제 아래에 있지 않다. 하지만 통제가 안 되는 일이라는 이유로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고객 서비스 현장에서 일하며 나는 수없이 많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그러나 그 상황보다 더 힘들었던 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조직의 혼란이었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온다. 모든 일은 인재라는 말이 있다. 미리 상황을 예측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두면, 다소의 실수는 발생할 수 있으나,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고, 피해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에 걸쳐 사회,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가운데 특히 고객 서비스(CS) 부문은 고객의 불안과 불편을 해결하는 최전선에 있었기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콜센터 직원과 현장 기술자들은 사람들의 일상과 업무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필요를 충족하며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CS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비상 시나리오 작성은 필수가 되었다. 시나리오 경영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며, CS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본 글에서는 왜 시나리오 경영이 CS에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다루어보겠다.
위기 상황에서는 단순히 평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이 요구된다.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가능한 위기 유형에 대비해야 한다. CS 부문에서 시나리오 경영은 고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방편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초기에는 공공시설 폐쇄, 이동 제한 등으로 고객의 불편이 극대화되었고, 이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폭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나리오 경영은 직원들이 당황하지 않고 예상된 절차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필자가 다니던 회사에는 약 2,500명의 상담사가 있었고, 센터는 6군데에 흩어져 있었다. 대형 센터가 2곳에 있었고, 소형 센터가 네 곳으로 구성된 곳이었는데,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최악의 설정을 두고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사실 이 부분이 완전 새로운 부분은 아니었는데, 이전에 만약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나리오가 있었기에 그걸 기반으로 수정했다.
화재 시나리오의 경우는 만약의 경우이고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으나, 코로나 대응 시나리오는 가능성도 높을 뿐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내용을 담아야 하기에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러나, 그 시나리오 덕분으로 몇 번의 센터 폐쇄를 무사하게 넘길 수 있었다.
시나리오 경영의 핵심은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설계하는 것이다. CS 조직이 고려해야 할 주요 시나리오 경영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비상 운영 계획: 예상되는 위기 상황에 맞춰 콜센터와 현장 기술자들의 근무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원격 근무 환경을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지역별로 분산 근무를 운영하는 등의 비상 운영 계획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 이때 계획은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 위기 상황 발생 시 00명 근무라고 가정하면, 00명의 순번도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그렇게 비상시의 구체적인 개인별 역할까지 지정해 두어야 한다.
직원 안전 관리: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이 특히 고려해야 할 점이다. 대면 업무가 필요할 경우, 위생과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 자원을 제공하여 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에게만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상황을 알려서 이해를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는 고객들은 없다. 구체적인 상황을 고객에게 안내하는 것도 시나리오의 하나로 준비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체계 구축: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직원이 회사의 대응 방침을 정확히 이해하고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객 응대에 있어 정보가 혼란스럽지 않게 공유될 수 있도록 콜센터, 현장 기술자, 관리자 간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 서비스 방안 준비: 위기 상황에서도 고객의 요구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비상 시나리오에 맞춘 다양한 고객 응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대면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가진단 시스템, AI 챗봇 등을 활용한 기술 지원, 웹 기반 문제 해결 가이드 등을 준비하여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 경영은 고객 서비스의 지속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팬데믹과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는 고객의 문의와 불만이 급증하게 되며, 적절한 준비 없이 대응하게 되면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된다. 시나리오 경영은 이러한 리스크를 미리 관리하여 회사의 신뢰도를 유지하고,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직원들이 불안감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로 인해 고객을 대하는 태도나 응대 품질이 향상될 수 있다.
시나리오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우선, 위기 유형을 분류하고 각 상황에 맞는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의 사례 분석과 함께 현재 예상되는 위기 유형을 점검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후 정기적인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실제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정기 훈련은 직원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실제 상황에서 혼란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리더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시나리오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이해와 지원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모든 직원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상 시나리오와 관련된 내용을 고객과 사전에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위기 상황에서의 운영 방침이나 서비스 제공 방식의 변동 사항을 미리 안내하여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고객 서비스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은 CS 조직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철저한 시나리오 경영은 고객의 신뢰를 얻고 기업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며, 향후에도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CS 부문에서의 시나리오 경영은 앞으로도 기업이 위기 상황을 대비하고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 지난 주에 글발행을 잘못해서, 이번주에 브런치 글로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