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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EO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주장하지 말고 설득하자

by 오경희

고객중심경영, CEO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고객중심경영은 단순한 전략이나 실행 계획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문화이자 철학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그 중심에는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고객경험 관리 전략과 실행 계획이 마련되어 있어도, 최고경영자가 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그 노력은 빛을 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고객중심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CEO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야기하라. 대부분의 CEO는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고객 불만율, 재구매율, 고객 만족도 등의 지표를 활용해 고객중심경영이 회사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CEO를 설득할 수 없다. 고객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도 감성적 접근보다는 데이터와 함께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서비스 개선을 위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했으나, 당시에는 작업 중단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던 시기였다. 당시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서 작업 날짜를 서둘러 잡았어야 하는데, 기술실과 고객지원실이 날짜로 인해 팽팽하게 대립 중이었다. 기술실 담당 팀장은 대표이사의 지시사항이라서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고객지원실의 주무팀장이었던 필자는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작업 날짜가 동계 올림픽의 김연아 경기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었다. 대표는 기술실에 강행을 요구했고, 우리는 반대 의사가 컸다. 결국 기술팀장의 요청으로 대표이사 설득을 위해 함께 보고하러 들어갔는데, 내가 비교를 위해 제시한 하계 올림픽 박태환 경기의 시청률 데이터를 보고 입장을 바꿨다. 결국 작업 일정이 조정되었고, 고객 불만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CEO는 고객부서의 의견이 아니라, 고객의 데이터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통계 데이터와 함께 중요한 것이 바로 ROI(Return on Investment)와 같은 재무적 지표이다. 고객중심경영이라고 해서 비재무적인 지표 및 데이터에만 의존하면 설득이 쉽지 않다. 특히 투자와 관련된 사항일수록 더욱 그렇다. 고객만족과 관련된 시스템이나 프로모션에 투자하면 어떤 재무적 성과와 장기적인 혜택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필자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고객만족도를 KPI로 반영하고, CRM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만족도와 해지율의 관계를 수치화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던 경영진도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터가 쌓이자, 고객경영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다.


경쟁사 및 업계 사례를 벤치마킹하라. CEO를 설득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방법은 경쟁사의 사례를 활용하는 것이다. 경쟁사가 고객중심경영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CEO에게 제시하면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고객경영이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담당자는 동종업계와 이종업계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세미나와 콘퍼런스에 참여해 최신 동향을 익혀야 한다. 단순히 벤치마킹하는 것을 넘어, 이를 우리 기업의 환경에 맞춰 더 나은 사례로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필자의 경우, 협회를 통해 ‘고객만족분과위원회’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공유할 수 있었다. 동종업계는 경쟁 관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힘을 합쳐 더 좋은 업계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CEO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라. CEO는 고객과의 거리가 멀어 실제 경험을 체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요한 고객 VOC(Voice of Customer)를 CEO와 공유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주간이나 월간에 개최되는 임원회의를 적극 활용해 VOC를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직 규모가 크다면, 고객의 Painpoint를 발굴해서 보고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이 회의가 단순한 보고에서 끝나지 않도록 강제화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VOC를 통한 문제발생은 경영진이 듣고 싶지 않은 이슈이기 때문에,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면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단, 해결책은 고객부서의 일방적인 의견이 아니라, 관련 부서와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도출해야 한다. 또한, 책임부서장이 직접 원인과 대책을 발표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경험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라. CEO가 고객 관점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고객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단순한 이벤트성 체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CEO가 직접 고객센터 상담사와 동석하거나, 현장 기사와 동행하는 기회를 마련하면 고객과의 접점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조직 내 고객중심경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동시에 현장 직원들에게 업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고객 상담 업무는 매우 전문적이므로, 단순 체험이 아닌 실제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고객중심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CEO 스스로가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단순히 철학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조직 전체가 실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중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 CEO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고객과 관련된 프로세스마다 CS부서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설계하면, 고객 중심 경영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필자가 몸담았던 회사에서는 신규상품출시나 개선 시에 반드시 CS부서의 합의를 거치도록 프로세스를 설계하였고, 이 방식은 업계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고객중심경영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CEO가 고객 중심 사고로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고객 중심 문화를 내재화할 수 있다.


고객중심경영은 전략과 실행 계획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고경영자의 진정성과 의지가 필수적이며, 이를 고객최고책임자(CCO)와 조직 구성원들이 뒷받침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CEO가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이를 철학으로 내재화할 때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은 곧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며, 이 여정의 첫걸음은 최고경영자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즉, 고객의 신뢰가 곧 시장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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