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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업무 영역을 정의 하는 방법

by 오경희

지난 화에서는 R&R을 정의하는 법을 설명해 보았다. 지금부터는 CS(Customer Service 또는 Satisfaction) 부서에서 본인들의 업무 영역을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R&R과 업무 영역을 정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접근법이 좀 다르다. R&R은 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책임을 가져갈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라면, 업무 영역은 수행해야 할 일의 큰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초기에 조직을 세팅하는 곳은 업무 범위부터 먼저 정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고, 기존에 조직을 가지고 있는 곳은 R&R을 정의한 후에, 조직의 성장에 따라서 업무 범위를 재수립하면 될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서비스 우수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서퀄(SERVQUAL)'을 개발한 서비스 품질의 대가, 파라슈라만 교수의 이론을 가지고 접근해 보도록 하겠다. 파라슈라만 교수는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들이 직면한 주요 문제로 네 가지 '서비스 격차'를 강조했는데, 그가 국내에 방문했을 때 인터뷰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업무 범위를 정의하고 전반적인 영역별 CS리스크를 정의했었다.


우선 파라슈라만 교수가 정의한 '네 가지 서비스 격차'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시장 정보의 격차이다.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기업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사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2023년 넷플릭스가 시도했던 비밀번호 공유제한 정책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 이전에 넷플릭스는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명이 다른 장소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 새로운 정책은 비밀번호 공유를 제한하고 계정 소유자와 동일한 가정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려고 했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이 제한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고객들은 비밀번호 공유가 서비스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고, 이 정책으로 인해 많은 불만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구독자 이탈과 이미지 손상이라는 부작용을 겪었다. 넷플릭스는 고객들이 비밀번호 공유를 통해 친구나 가족과 콘텐츠를 함께 소비하는 것을 중요한 경험으로 여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고객의 사용 행태와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이 결정은 시장 정보의 격차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기업은 이처럼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를 잘못 판단할 경우, 수익 증대보다 오히려 신뢰 하락과 고객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서비스 표준 격차이다. 경영진이 생각하는 고객 만족의 기준과 실제 운영되는 서비스 지침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때 생긴다. 이 사례는 예전에 방영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을 가지고 설명해 보고자 한다.

왕건과 견훤.png

드라마 '태조 왕건'의 한 장면이었는데, 견훤이 아들에게 배신당하고 왕건에게 투항하러 온 장면이었다. 왕건이 반가워하면서 '왕을 모셔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신하가 그다음 신하에게 똑 같이 '왕을 모셔라~'라고 계속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필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왕을 모셔라'라고 전달만 하면 도대체 왕은 누가 모실까? 견훤은 어디에 묵을 것이며, 누가 시중을 들어줄 것인지 알아서 하는 걸까?

'불조심하자는 포스터만 붙여놓고 정작 소화기 하나 없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서비스 표준의 격차는 이러하다. 좋은 의도로 고객만족의 기준을 '왕을 모셔라'라고 정하더라고 실제 서비스 지침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그것은 실제 실행되기 어렵다.


세 번째는 서비스 실행 격차이다. 직원들이 회사의 지침을 따르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맥도널드가 그 좋은 예이다. 표준화의 상징인 맥도널드가 고객 서비스에서 종종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직원들이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맥도널드의 업무 매뉴얼은 아주 구체적이어서 누구나 일주일이면 동등한 업무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전 세계에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현장 직원들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비스 품질은 실행과 상당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부 커뮤니케이션 격차이다. 각 부서 간의 의사소통이 부족하여 기업 내, 각 부서의 말이 다 다른 경우이다.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고객의 댁내에 장비를 설치해서 서비스를 해 주었는데, 가끔 고객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업그레이드를 작업을 하곤 했다. 기술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있고,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목록의 업데이트도 있다. 업그레이드든 업데이트는 해당 작업을 통해서 고객의 전체적인 서비스는 좋아지지만, 당장에는 고객의 UI가 바뀌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혼란을 겪게 된다.

고객의 문의가 현장을 통해서 인입되는 경우, 담당 직원이 모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고객의 불만에 맞닥뜨린 직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고, 적절하게 대응을 할 수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에는 현장 직원들은 고객 상담에 있어서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고, 고객들은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내부 커뮤니케이션 격차가 어떻게 회사 전체의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소한 사례이다. 경영진을 포함한 본사의 직원들은 서비스 변경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관련 부서 및 현장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혼란을 초래했고, 고객 서비스에 큰 타격을 입혔다. 부서 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요한 변화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이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중요한 정보가 모든 관련 부서와 직원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4가지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프로세스 상에서 어떤 업무를 설계해야 할까?


시장 정보가 경영진까지 제대로 인입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① VOC를 통한 피드백이다.

그리고 경영진이 시장의 정보를 잘 습득하고 경영진의 생각을 현장 접점까지 잘 이행되려고 하면 이를 ② 고객 정책으로 수립해야 한다. 수립된 정책이 현장에 오해 없이 제대로 전파되기 위해서는 ③서비스 매뉴얼을 잘 구비해서 표준화하는 작업을 해야 하고 고객서비스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④교육 및 훈련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서비스 격차.png

이처럼 고객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의 기대를 능동적으로 파악하며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기업이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길이다. 이렇게 업무를 정의하고 나면, 업무를 실행하면서 오류가 발생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추가로 필요하다.

업무 분장.png



먼저, 고객과 회사 사이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고객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활동이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이다. VOC는 고객의 상담이력을 주로 활용해서 분석하고, 추가로 고객설문조사를 통해서 보충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VOC의 수집이 편협하거나 단면만 보게 될 경우 의사결정의 역선택을 할 수 있는 위험이 생긴다.


아마 가장 유명한 사례가 1990년대 창간하자마자 폐간되었던 여성 잡지 '마리안느'의 사례가 될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당시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여성지들은 주로 패션, 미용, 연애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안느는 이런 전통적인 여성 잡지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선택했는데, 지적인 여성을 겨냥해 심층적이고 무거운 사회적, 정치적 이슈와 문학적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편집된 여성 잡지였다. 사전 조사를 통해 이러한 잡지가 발매되었을 경우 구매하겠느냐는 질문에 95%가 구매의사를 밝혔다. 마리안느 사례는 소비자 조사나 기획만으로는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사례로 인해서 고객의 소리에 대해 불신하는 경영자들도 생겨났었다. 독자의 실제 행동과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기획 의도에만 집중한 결과 독자층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이는 고객의 실제 요구와 행동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두 번째, 고객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보통 CSI(Customer Satisfiction Index, 고객만족도조사)나 NPS(Net Pormotor Score, 순추천지수)와 같은 고객조사를 실시한다. 그리고 현장 서비스 품질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기 위해 해피콜과 같은 조사를 병행한다. 여기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우선 직원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사례이다.

해피콜과 같은 직접적인 피드백은 직원들의 평가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 본인의 제공 서비스가 불안정한 경우 의도적으로 고객의 평가를 제한하는 경우이다. 직원들이 평가를 회피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 중에는 실제 실행된 작업을 취소 또는 삭제함으로써 고객평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특수 경우를 위해 만들어 둔 조사 제외 코드를 사용하는 사례이다. 이는 직원들의 할당 대비 완료율 비율과 작업 대비 피드백 비율 등을 보조 지표로 둠으로써 그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체크할 수 있다.

또 다른 부작용은 고객의 도덕적 해이로 기업에 악의를 갖고 외부에 실제 하지 않는 민원을 제기하거나 별점 테러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고객이 의도를 갖고 악의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상당히 교묘할 수 있어서 잘 들여다봐야 한다. 한두 차례로는 발견하기 어려워도 그러한 패턴을 보이는 고객의 유형을 분석하고 비슷한 유형의 민원이 들어올 경우 전체 프로세스상에서의 고객 행동을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 자칫하면 회사는 손해를 보게 되고, 담당 직원은 불이익을 보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접점의 소통이다. 특히, 조직 내에서는 영업과 CS 간에 또는 개발과 운영 간, 기획과 운영 간에 커뮤니케이션 오해로 인한 불협화음이 생기기 쉬운데, 이는 당사자들 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프로세스를 들여다보고 상충되는 전략이나 보상제도가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간혹 생산성 저하나 조직 간 소통의 문제를 개인 간의 문제로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방치하게 되면 조직문화가 저해되고 크게는 기업의 이익 하락과 연계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면, 현장과 콜센터 간의 실적 충돌 및 갈등으로 인한 사례는 어느 업종에서든지 자주 발생하는 사례인데, 필자가 있던 곳도 비슷했다. 현장과 콜센터에는 각각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이 저해되는 일이 발생하면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현장에 시행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지사의 대표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골목골목에 주차금지 팻말에 가입상담번호를 인쇄하여 부착하면 지나다니는 고객들 눈에 띄기 때문에 전단지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고 판단이 되었고, 주택가에서는 해당 팻말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어서 추진하고 싶었다.

실행을 위해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다 보니, 그 팻말을 붙여 놓으면 현장 기사들이 제거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왜냐하면 본인들에게 들어올 영업 문의가 콜센터로 인입되기 때문에 싫어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고민 끝에 주차금지 팻말에 별도의 번호를 부여하고 해당 지역에서 그 번호로 인입되는 가입 성공건은 현장기사에게 일반 영업 성공 시에 지급되는 수수료의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콜센터 직원의 경우는 수수료를 그냥 유지해도 현장 기사가 받는 금액보다 현저히 작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전체 비용에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콜센터 인바운드 상담사의 경우는 수수료보다는 실적이 월간 성과 및 인센티브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업건수가 중요했는데, 수수료 단가의 변동 없이 영업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현장 기사 및 콜센터 상담사 모두 프로모션에 만족한다고 했을 뿐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추가 비용을 발생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다. 프로모션 결과는 대 성공이었는데, 현장 기사들은 본인들이 직접 영업을 하지 않아도 해당 팻말을 부착함으로써 영업수수료가 지급되기 때문에 50%의 수수료에 만족하였고, 콜센터 직원들은 영업 건수가 늘어나서 실적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회사는 현장에 골목골목을 가장 잘 아는 기사들이 이동 중에 팻말을 부착하였기 때문에 가장 최적의 장소에 부착되었을 뿐 아니라 추가 인건비도 발생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가장 밑단까지의 고민을 하지 않으면 정작 좋은 아이디어라도 성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심하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장황하게 설명을 하면서 업무 범위를 정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위의 설명을 읽으면서 CS부서에서 해야 할 일이 떠오르는가?

업무 분장 표.png

필자는 서비스 격착를 해소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정리해 보니, 표와 같이 업무 영역이 정리되었다. 이제 과제 밑으로 업무를 세분화시키면 실행과제까지 정의가 되는 것이다. 지난번 R&R과 겹쳐서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CSI조사 밑으로는 어떤 세분화된 업무가 오게 될까? 몇 가지만 짚어보면, CSI조사 설계 및 분석, 분석 결과를 통한 과제 정의, 정의된 실행과제별 추진계획 및 과정 관리, 과정 지표와 CSI지표 간의 상관관계 분석, CRM지표와 CSI지표 간의 상관관계 분석 및 인사이트 발굴 등이 있습니다. 전 장에서 설명했던 업무 기술서를 가지고 해당 직무의 ‘맨먼스(man/month)’ 를 산출하면 된다.


업무 영역을 깊이 있게 분석하면서 우리 부서가 해야 할 일과 타부서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면 그것이 R&R정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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