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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R을 설계하고 조직을 구축하는 방법

by 오경희

한 처음에 사장님은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회사는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역할이 비어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니 직원들이 생겼다. 사장님 보시니 좋았다. 사장님께서는 업무와 업무를 나누어 부서를 만들고, 팀장과 팀원을 만들었다.


세상이 창조되는 역사와 같이 모든 기업도 한 처음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큰 대기업일지라도 처음에는 누군가 시작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란 말이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기 때문에 직원을 뽑고, 부족한 역할을 보완하고 의사결정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 임원을 둔다. 한명이 해내기 어려워진 일은 직원을 여럿 두어 팀을 만들고 그들을 관리할 팀장을 만들어, 세부적인 일에 대한 업무 권한은 팀장에게 이양도 한다.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정하는 일, 그것이 바로 R&R(Role and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을 정의하는 일이다. 기업에서는 BM(Bench Marking, 경쟁업체의 경영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여 경쟁업체를 따라잡는 일)을 참 많이 하는데, BM시에 자주 비교해 보는 것이 조직의 R&R이지 싶다. 어떤 역할을 어느 부서에서 수행하고 인력을 몇명 두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 보고 비교하는 이유는 조직의 생산성과도 연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장에서는 필자가 현업에 근무할 당시에 어떤 기준으로 R&R을 구분했었는지, 실제 사례를 가지고 설명해 보겠다. 다음장에서는 업무의 범위를 지정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인데, 둘 중 어떤 것이 먼저일지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필자는 R&R부터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R&R을 설계하기 전에 조직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서류로 보고할 때 신뢰를 줄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이론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정리가 수월해 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고를 할때 있어보이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일석 삼조는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론을 적용해 볼 수 있는데, 품질경영의 교과서와 같은 말콤볼드리지의 성과모델은 시간이 흘러도 진단에 적용해 보기 좋다. 기업에서 기획이나 전략 업무에 발을 디뎌보신 분들은 아마 한번쯤은 이 모델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말콤볼드리지 성과 모델_리더십에 의한 제반 경영관리 도구 영역.png 고객중심경영을 위한 말콤볼리리지 성과모델

말콤볼드리지 성과모델에 고객중심경영을 위한 프로세스를 맞춰서 그려보면 위와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해야 하는 일 중에서 각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비교해보면,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잘 보일 것이다.


CS중장기 전략 수립_간략화.png

진단을 하고 나면, 그걸 기준으로 고객경영조직의 전략 및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위의 예시는 CS 품질개선활동 강화를 목표로 중기전략을 세우는 것을 가정하고 그려본 것이다. 그림과 같이 프로세스를 그리고 과업을 정하고 나면, 그 아래 구체적인 실행과제를 추출해 낼 수 있다. CS성과평가/보상체계 구축 아래에는 어떤 업무들이 들어오게 될까? 필자가 경험을 살려서 과제를 뽑아본다면, 부서별 CS KPI설계, 고객접점관리 지표 점검, CS보상체계 구축 등을 나열할 수 있다.


R&R.png 부서별 R&R 예시

그림 안에 실행과제들을 풀어서 팀 단위로 업무를 풀어보면 위와 같이 구성할 수 있는데, 팀 이름은 조직에 다라서 다르게 붙일 수 있다. 위의 예시도 예전에 필자가 다니던 기업에서 쓰던 이름 그대로 적지는 않았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팀이 훨씬 많아질 수도 있고, 간소화해 질 수도 있으며 본사에 조직을 전부 두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일부 업무는 현업에 배치하기도 한다.

조직간 업무 흐름도.png

그리고 나서 고객경영조직의 목표를 중심으로 업무 흐름도를 그려서, 그 안에 세부 업무를 다시 한번 매칭해 보면 혹시나 중복되는 업무는 없는지 또는 빠진 업무는 없는지 보일 것이고, 그에 따라 각 조직의 필요 인력수가 나올 것이다. 위의 그림은 필자가 근무하던 통신업계를 기본으로 작업했지만, 업태가 조금 다르면 수행 조직의 이름이나 역할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각 기업의 필요에 의해 팀이 더 많아 질 수도 있고 적어질 수도 있으며, 팀이 아니라 역할을 가지고 있는 개인일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팀 이름을 지을 때도 팀의 성격이 명백히 드러나도록 지어주는 것이 좋다. 팀 이름에 따라 일을 하는 성향이 달라지기도 했었다. 한때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 때는 이름에 추진이나, 혁신이라는 단어를 넣기도 했는데 고객경험을 재 설계하는 일은 조직 혁신과 다름 없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고객경영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교환기, CTI, IVR, VA 등)의 운영 및 개인정보보호, 빌링 및 채권 업무 등이 있는데, 해당 업무는 각각의 독립성을 갖고 있어 부서 배치에는 염두를 두더라도 R&R에 고려하지는 않았다. 개인정보보호 업무는 간혹 고객경영조직에 정책담당을 두기도 한다.


R&R을 바탕으로 개인의 업무 기술서를 작성해 보면 좋은데, 직원 개개인이 본인의 업무를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주간업무보고서 작성에 주1회, 1시간 업무 소요시간 발생'이라고 기록했다고 하면 인력들의 성향이나 역할에 따라서 같은 일의 수행에 시간차가 발생할 것이다(업무 기술서는 엑셀로 작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업무 기술서를 상세하게 작업하게 되면, 개인별로 어떤 일이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면서도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일에 업무에 개선 포인트를 둘 수 있어서 좋다.


현대의 경영 환경에서 '고객중심경영'은 단순히 고객만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은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를 실행에 옮기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R&R을 잘 정리하고 주기적으로(반기 또는 연간) 프로세스를 점검해야 하면 비효율을 걷어내고 업무 개선을 할 수 있다.


R&R은 정해진 법이 아니라, 조직의 변화에 의해 함께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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