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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규칙을 정할 것인가?

프롤로그

by 오경희

동물의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은 먹느냐 먹히느냐이다.

인간의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은 누가 규정하고 누가 규정당하느냐이다.

- 구본형의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중


고객 경영 또는 CS 경영이라고 불리는 고객경험과 관련한 업무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CS기획 업무는 상당히 많은 오해를 받는다. 신입사원 면접 시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고민상담을 잘하기 때문에 지원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이는 고객경험관리라는 업의 본질을 잘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CS업무를 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정보를 취합해서 그 정보를 분석한 이후에 잘 해석해 낼 줄 알아야 한다. 회사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꿰뚫고 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해서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누군가 또는 여러 부서에서 벌여놓은 일을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번아웃이 될 수 있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경영이란 무엇일까? 바로 고객을 제대로 돕는 것이다. 고객을 잘 돕는 것이 바로 고객중심경영이고 고객중심경영을 통해서 비로소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좋은 경영의 결과일 뿐이다.


소비자는 기업에 이윤을 남겨주기 위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현업에서 일할 때, 영업과 CS는 대치관계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상당히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고객 서비스는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가장 좋은 영업의 도구이고 핵심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잃고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경영자는 없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가 고객보다는 돈을 더 좋아한다. 돈만 벌고 싶은 장사꾼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고객에게 몰두해야 한다. 바로 고객에게 집중하고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할 때 지속가능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일은 비즈니스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은 수 없이 들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의 기대가 높아지고, 요구가 다변화되면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영의 방향성을 찾는 것은 많은 기업에게 커다란 도전이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고객중심경영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필요하다. 앞으로 그 원칙을 하나씩 글로 써서 브런치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30년 가까이 CS(Customer Satisfaction) 분야에서 일하면서, 고객의 소리(VOC, Voice of Customer)를 듣고, 그들의 불편 사항을 분석해 왔다. 고객의 불편은 회사의 문제를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신호이다. VOC 데이터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회사의 성장과 직결되며 또 다른 혁신의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VOC분석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콜센터에 걸려오는 수많은 인입콜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받으면서였다. 수많은 콜 중에 필요한 콜만 남기고 불필요한 콜의 인입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도대체 왜 고객들은 미친 듯이 낮이나 밤이나 전화를 걸어올까? 어떤 것을 해결해 주면 전화를 하지 않을까?’하는 질문에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변동성이 심하게 콜이 인입되면 상담인력의 소요 예측이 어려웠고, 콜이 많아서 응대율이 떨어지면, 상담사들은 번아웃을 겪고 이직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가장 콜의 변동성이 심할 때는 요금 청구서가 발송된 직후였는데, 콜센터가 마비될 정도로 고객 민원이 폭주했다. 그래서 우리는 요금 청구서를 발송하는 빌링팀에서 문제를 찾고자 했다.


도대체 빌링팀에서는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청구서의 용어나 배열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내부 용어가 고객에게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해서 들어오는 문의가 상당히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것은 용어 해석의 문제도 있었지만, 더 많은 문제들은 용어에 있지 않았고, 회사의 전체적인 프로세스 상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영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말인즉슨, 고객의 불편을 단순히 해결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해결하기 위한 고객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불편을 미연에 방지하기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서비스 리커버리 전략을 기획하는 일은 곧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되었다. 고객 관리 부서는 단순한 이슈 대응을 넘어, 회사의 중요 정책을 입안하는 핵심 부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누가 규칙을 정할 것인가?


규칙을 정하는 일은 상당히 자잘한 이슈들을 일일이 파악하고 법도 찾아보고 해야 하는 지루한 일이 반복되는 일이라서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모든 게임의 규칙이 그러하듯이 규칙을 정한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규칙을 정하는 일에 있어서 뒤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규칙을 제대로 수립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사회경제적인 변화의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한다.

또한 CS는 기술 발전과 함께 변화해야 했다. 디지털과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상담 업무 이외의 새로운 채널들이 생겨나면서 직무 다양성이 생겨났고, 고객 관리에 AI를 도입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처리하고, 고객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고객 중심 경영’의 본질이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고객을 중심에 두고 그들의 요구에 맞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은 저자가 현장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중심 경영의 원칙과 인사이트를 담을 예정이다. 후배들은 저자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덜 마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을 통해 보다 쉽게 고객 중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이를 각 회사의 현실에 맞게 적용함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규칙을 정할 때 뒤로 물러나지 말고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면서 적극 가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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