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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Apr 15. 2023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조기진통

그냥 엄마가 되는 과정 중 하나일 뿐


조기진통으로 급하게 입원 후 병원생활 13일차,

따분하던 병상생활에도 나름 적응을 하고 이런저런 노하우를 찾아간다.


살면서 이렇게 길게 입원을 해본 것은 처음이라, 처음에는 어리버리하고 어안이 벙벙한 동시 잠도 못자고 화장실도 못갔으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나는 그새 네시간 이상도 자고, 화장실도 하루에 한번씩 가게 되었다.


조기진통의 경우 보통 라보파라는 수축억제제 링겔로 다스리는데, 퇴원을 위해 링겔을 먹는 약인 아달라트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대체를 하여 추이를 보다가 매번 수축을 잡는걸 실패하여 퇴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원래 저혈압이 있는 나는 아달라트를 먹으니 두통 등의 부작용이 꽤 힘들었다.


이런 나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뱃속 아기의 태동은 정말 모든 간호사 선생님들이 놀라실 정도로 매 검사마다 다이나믹하여, 그나마 위안이 된다. 내 몸만 잘 챙기면 된다.


거의 한시간에 한번씩 병실에 사람이 들어오느라 매우 피곤하기도 했지만, 이젠 혹시 모를 염증에 대비하여 하루에 몇번씩 투여하던 항생제도 멈추고 선생님들 들어오시는 시간도 알아 그에 맞춰 몸에 리듬이 따라가는 편이다.


임신 후기의 조기진통은 생각보다 꽤 있는 일이다. 내 주변에도 라보파를 맞으며 입원을 하다 아이를 낳은 케이스가 두명이 있고, 짧은 입원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다. 가끔은 중기 때부터 조기진통을 겪는 경우들도 많은데, 나도 20주 무렵부터는 짧아진 경부 길이로 계속 재택을 하다가 27-8주부터는 자다가 배뭉침 통증으로 깬적이 있으니, 나도 모르게 이러한 전조증상들을 겪었을 것 같다.


보통 자궁경부길이 (2.5cm 이하면 위험, 나는 현재 1.5cm이다), 자궁경부 벌어짐 각도 (깔대기 모양으로 벌어지면 출산을 몸이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 그리고 자궁수축/조기진통으로 조산의 위험을 보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쓰리콤보에 다 걸려서 대책없이 입원 중이다.


조산의 원인은 여러가지이다. 미세먼지, 과한 운동, 임신 중 잦은, 혹은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젊은 사람들의 식습관 등을 비롯히여 자궁이상 (자궁경부 손상, 기형 등), 다태아, 양수과다증, 세균감염, 폐렴, 갑상선 관련 질환, 설사병, 과거의 유산경험, 스트레스, 태아의 위치, 태반의 위치 및 기형, 면역학적 원인, 임신중독증, 만 35세 이상 산모의 나이, 만 45세 이상 남편의 나이 등.


굳이 여기서 조기진통을 30주차부터 겪는 나의 이유를 따지자면 나는 양수가 많고 만 35세라는 점일텐데, 그렇게 따지기에는 주변에 20대에도 조산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단순 그 이유로 특정하기엔 어렵다. 어쩜 나를 비롯한 여러 엄마들이 그 이유를 찾는데 열심히였겠지만, 사실 조기진통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일어난 일이고 잘 대처를 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상생활에서 개인적으로 힘든점을 좀 정리해보자면


1. 혈관통

• 24시간 내내 링겔을 맞고 있어 6일에 한번씩 다른 팔에 링겔 주사 삽입을 하는데, 워낙 혈관이 잘 안보이는 팔이라 그 과정도 힘들지만 계속 주사를 삽입하고 생활하는 것도 불편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은 약해져 통증이 매우 심하고, 교체 후 원래 링겔 주사가 삽입 되어있던 팔은 두드러기로 고생이다.


2. 코로나 시대의 입원생활

• 입원기간 내내 보호자가 1명으로만 지정이 된다. 나의 보호자인 남편이 살뜰히 잘 챙겨주지만, 잘 참다가도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 엄마도 오고 싶으시다고 우셔서 서로 하염없이 그리워만하는 중이다.


3. 씻지 못한다

• 링겔로 인해 6일에 한번씩 링겔 교체할 때만 샤워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제는 심지어 백일해 주사를 맞아서 샤워를 못했고, 계속 바디티슈와 드라이샴푸로 연명하는게 괴롭다.


4. 병원비

• 닷새 정도의 입원비를 정산하니 환자부담금액이 약 백만원이었고, 내가 앞으로 분만 안정 주수까지 더 계속 있게 될 경우를 생각하니 병원비는 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실비보험도 안되고, 산모특약으로 넣은 것에서는 일 입원비 만원이 커버가 된다고 한다. 제왕절개 수술 후 입원비도 몇백이 추가가 되겠지.


아기용품과 관련 준비로도 많은 돈을 쓰고 있고, 이미 예약해 둔 산후조리원 역시 천만원 돈인데 (웃긴 것은 조산으로 산모만 입실하고 아기가 병원에 있을 경우, 일 차감 금액이 25,000원이라고 한다. 농담인건가?) 4월부로 외벌이인 남편에게 미안하다. 우리는 가을에 이사도 앞두고 있기에.. 사실 내가 월급을 받았을 때도 엄청 가계에 도움이 된다기 보단 그냥 내가 자유롭게 벌고 쓰는게 좋긴 했지만, 일차적으로 수입이 없다는 것부터 스스로의 유능감이 확 꺾이는 요인이 되었다.


남편에게 미안하다하니 웃으며 너는 지금도 앞으로도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어휴 능력있는 남편 만나서 좋겠다~“라고 으쓱하지만, 나는 그래도 남편에게 미안하다. 돈에 대해 생각하는 단위가 큰 남편에 비해 나는 몇십만원 쓰는 것도 계획적으로 써야하는 스타일이라 은근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돈이 문제냐! 나도 좀 멀리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각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다. 정말 산모의 몸을 갈아넣는 일이고, 출산 후에도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통증에 시달려야 한다. 입원 했을 때 이미 20kg가 쪄있던 나는 현재 내 몸무게가 어떤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제왕절개 후에는 장기들이 서로 붙는 장기유착을 조심해야하고, 평생 비오는 날 가려워지는 제왕절개 상처를 안고 살아야한다. 자연분만을 한 산모들 역시, 고통은 일시불이라는 말이 있지만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들이 많다.


임신 후에는 훗배앓이, 젖몸살을 비롯한 신체적인 것 외에도 경계가 없이 무너진 일상을 비롯하여 그동안은 상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바뀌는 삶을 배워가겠지. 커리어, 자존감 등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우리 엄마의 뱃속에서 내가 5개월 때, 엄마는 자궁근처 혹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감행하셨다. 아직도 엄마의 몸을 보면 치료의 흔적이 있고, 후유증도 꽤 크다. (난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는 아이다), 아이에게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 수술과 치료를 하며 나를지켜내고, 애지중지 키우고 서른이 한참 넘은 딸이 임신으로 고생을 하니 딸 걱정뿐인 엄마의 생각이 요즘 매일 난다. 엄마는 나를 낳고 8년 뒤 둘째인 동생을 가졌을 때 하드코어한 시집살이로 자궁문이 4cm 열린채 입원을 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하시는데, 입원하며 매일 병실에서 독한 약에 토를 하는 와중에도 첫째인 내가 학교는 잘 갔는지가 걱정이 제일 많이 되셨다고 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 비로소 친정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게 이런 것인가보다.


그러니 나는 더더욱 이 병상생활을 무탈하고 건강하게 잘 유지해서, 적절한 때에 건강하게 우리 아기를 만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엄마가 되는 과정이기에.


엄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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