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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Apr 10. 2023

임신 후기의 기록 - 2 (30주)

조기진통으로 입원을 하다

오늘은 입원 8일차, 임신 30주 6일차 되는 날이다. 이 글은 병상 침대에서 누워서 폰으로 쓰고 있는 중이다.


원래도 자궁경부길이가 짧아서 계속 재택을 했던 나는 4월 1일 토요일 회사에 가서 남은 짐을 싸고 남편과 나오는 길에 화장실을 잠깐 들렸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약간의 혈흔이 섞인 분비물을 마주하여 분만실에 전화를 하니 내가 그 전날 처방 받았던 자궁경부용 질정 (유트로게스탄질정) 때문일 수 있으니 추이를 보고 알려달라고 해서 또 출혈이 있나 지켜봤는데 별다른 출혈은 없었다. 다만 1일 밤부터 시작된 허리 통증이 2일에는 더 심해졌고, 나의 눕눕생활로 넉달간 뵈지 못했던 시부모님께 다시 한번 찾아뵈지 못하겠다는 전화를 드렸다. 시댁에는 남편 혼자 찾아뵙고 시어머니는 늘 그래오셨듯 아이스박스 두개 가득 내가 먹을 음식 (특히나 내가 아보카도와 딸기를 좋아해서, 여러 반찬과 김치 뿐만 아니라 엄청 큰 한우와 아보카도, 딸기도 함께 보내주셨다)을 보내주셨다. 죄송하고 감사할 뿐이다.


4월 3일 월요일, 혹시 몰라 병원에 가보려는데 재택 중이던 남편은 본인 일이 끝나고 오후에 같이 가자며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남편은 무릎을 다쳐 재활 중인데 오후에 정형외과 예약을 해두었다고 산부인과에 갔다가 정형외과를 들린 후 맛있는 것을 먹자고 했다.


그리고 오후에 찾은 산부인과에서 나의 증상을 말하니, 원장 선생님은 우려스러운 표정을 하셨고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2.2cm를 유지하던 자궁경부는 1.8cm로 줄어들었으며 모양 역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간 내가 느꼈던 배뭉침, 와이존 불편한 증상, 허리 통증 등은 모두 조기진통의 전조증상이었으니 주기적인 배뭉침 등의 증상이 있는 중, 후기의 산모들은 꼭 병원에 가볼 것을 권장한다. 여하간 토요일 출혈은 이슬이었던 것 같다 하시며 나는 바로 분만실에 가서 수축검사를 하게 되었고, 규칙적인 수축 (조기진통)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바로 입원을 해야한다고 전달을 받았다. 입원전 신속항원을 하고, 수축억제제인 라보파를 맞기 위해 심전도 검사를 하고, 또 아프기로 유명한 항생제 검사도 했는데 사실 항생제 검사는 참을만 했다. 그것보다 아팠던 것은 링겔을 넣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나는 원래도 핏줄이 하나도 안보이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뽀송한 아가팔”을 지니고 있기에 피를 뽑거나 뭘 꼽을 때마다 매번 고생을 하는 편이라 두려워했던 것만큼 아팠지만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은 베테랑이었다. 원샷 원클리어.


여하간 휴가 1일차에 맞은 갑작스러운 입원행에 당황스러웠고, 혹시 나의 아이가 뭔가 이때까지 기다려준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놀라울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주일의 입원 기간 동안엔 여러 일이 있었다. 오래전 예약해둔 일주년 기념 및 만삭 기념 사진, 그리고 결혼기념일 이벤트는 모두 패널티 물고 취소를 하게 되었지만 나는 정말 본인도 무릎을 다친 환자에다가 일도 바쁜데 나를 애지중지해주는 따뜻한 남편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에 잘 지내고 있다. 24시간 라보파, 수액, 항생제 등 링겔을 맞느라 기본적인 생활이 어렵고 씻는 것 조차 불편하며 (입원하고 닷새동안 머리를 못 감아서 돌아버리는 줄), 계속 맞는 항생제 덕에 턱선 및 모든 경계가 붕괴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이 침상 생활에서 배워가는 것이 참 많다.


처음에는 잠도 못자고, 큰것도 못 누었지만 이젠 병원생활에 적응을 해서 이젠 쪽잠도 잘 자고 화장실도 잘 간다. 하루에 혈압 체크 다섯번, 항생제 네번 투여, 태동/수축 검사 네번 진행, 링겔 갈 때와 내 상태 추가로 확인차 두세번, 밥 갖다 주실 때 세번 출입, 방 청소 두번으로 사실 자려고만 눈을 붙이면 자꾸 누가 들어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주 확인해주셔서 감사하고, 삼교대하는 간호사 선생님들도 너무 대단한 것 같다. 걱정해주고 연락 주는 지인들에게도 너무너무 고맙다.


조기수축은 사실 생각보다 빈번한 일이고 주변에 나처럼 입원을 했던 지인들도 꽤 있어서 그들이 보내주는 경험담도 나에게 힘이 되고, 내 소식에 연락 주는 많은 지인들의 메세지와 전화에도 힘이 난다. 결국 장기 입원 생활은 멘탈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 우리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상당히 정신은 없을 수 있겠지만, 무척 재미있고 행복한 모습일 것이다. 이 힘든 시기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사랑이라 불리울 것이다.


병실에서 마주한 결혼기념일
전회사 동료분이 보내준 세안티슈 정말 잘 쓰고 있다
닷새째 머리를 못감고, 지속적인 항생제 투여에 엄청 부었다
내 속옷빨래도 다 해주고 좋아하는 과일을 씻어서 손질해다주는 남편.
내 엽사 수집하며 귀엽다고 낄낄대는 사람의 컬렉션
오늘자 우리 아기. 나를 닮아서 머리 뒷짱구가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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