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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Apr 25. 2023

임신 후기의 기록 - 3 (31주-32주)

대학병원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로 전원을 하다

임신한 지 29주 6일 되는 날 다니던 여성병원에 입원을 하고 라보파를 맞으며 견딘 지 19일째, 나는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로 전원을 하게 되었다.


여성병원에서도 수축이 주기적으로, 또 높은 수치로 잡혀서 분만실에서 대기하며 검사를 한 적도 있고, 결국 라보파 투여량을 12 가트로 (여기서 총 3 배수가 적용된다 보면 된다) 높이며 원장선생님께서 대학병원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몇 번 해주신 터라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었지만, 실제 이동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아기가 오기 전 할 일이 많아 (에어컨 업체를 불러 소독, 세탁기 소독 등) 아침부터 분주했던 남편은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와 수납을 하고 함께 구급차를 타고 운 좋게 원래 봐주시던 원장선생님 통해 마련한 대학병원의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자리로 이동을 했다.


빠르게 달리는 구급차 속에서 내 손을 잡고 울지 말라도 다독여주던 여성병원 간호사 선생님을 비롯하여 모든 의료진 분들께 이 글을 비롯하여 다시 한번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라님, 더 안전하려고 가는 거니 너무 걱정 말아요”라는 말에 나는 더 눈물이 뜨겁게 흘렀다.


여하간 대학병원 수속은 응급실을 통해 진행을 했는데, 응급실 입장 전 이런저런 질문을 물으시는 의료진 분 (레지던트인가?)이 너무 아프게 팔의 링거가 붙어있는 테이프를 뜯어보고, 정말 사람을 막 다뤄서 가자마자 바짝 긴장을 했다. 안 그래도 혈관통 때문에 고생 중인데, 내가 아파하니 같이 온 간호사 선생님도, 구급차 아저씨도 다 안쓰러워했다. 내가 잔뜩 긴장을 하니 남편은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마를 톡톡 쳐주었다. 그가 나를 안심시키는 행위 중 하나이다.


응급실에서도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폐를 확인하기 위한 엑스레이 (라보파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폐에 물이 차는 것이다), 심전도 검사, 수축 검사, 코로나 검사 등. 급하게 오느라 신발도 신지 못하고 이동한 내 발에는 비닐이 씌워져 있었고, 나는 꼭 축 늘어진 실험쥐가 된 것 같았다.


응급실에서의 경험도 별로였지만, 그다음 절차인 분만실은 정말 최악이었다. 냉담한 의료진분들, 자세한 설명 없이 진행하는 여러 테스트들, 그중 소변 검사를 위해 꽂은 소변줄은 정말 서러워서 눈물이 펑펑 날 정도였고,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기계적인 간호사 선생님의 반응은 앞으로의 출산의 과정에 있어 두려움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그 외에 여러 검사를 마치고 나는 코로나 음성 확인을 받고 총 네 개의 침대가 있는 고위험산모집중치료실로 이동을 했다. 널찍한 1인실을 쓰던 시기는 끝, 나는 그렇게 고위험산모가 모여있는 곳에서 다인실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라보파가 더 이상 나에게 듣지 않아 트랙토실 투여를 시작을 했다. 트랙토실 역시 자궁 수축 억제제인데,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세 사이클까지 보험으로 커버되어 한 사이클당 약 10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맞을 수 있다. 한 사이클 당 총 5팩의 약이 있고 약 2일 동안 맞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한 사이클당 보험이 되지 않아 50만 원 정도인데, 아마 내가 35주쯤 출산을 한다 가정하면 트랙토실 비용을 포함하여 그전 병원비까지 다 합치면 약 1,000만 원 정도 나올 것 같다.


1,000만 원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큰돈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에서 고위험산모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웃기게도 나는 혜택들 받을 수 없는 범위이다. 태어나는 아기 포함 3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특정 벌이 이하일 경우에만 일정 부분 지급이 가능한데, 물론 내가 육아휴직으로 건강보험 납부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우리 집은 해당 없음이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생각을 해보았다. 너희 집은 입에 풀칠하며 잘 사니 직접 잘 내 라인 걸까. 사실 세금 떼면 맞벌이 사는 것 다 비슷하지 않나요?라고 하면 너무 오만한 걸까. 그래도 목돈이 이렇게 나가는데 전혀 지원이나 보장이 안된다는 것은, 어쩜 점점 초혼 시기가 늦어지고 맞벌이가 많아지기에 가계 소득이 높아지는 세상에서 고민해 보아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여하간 치료실에서 나는 하루종일 누워있고, 배에 계속 수축 검사기기를 달고 있다. 나를 비롯한 고위험산모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고, 나보다 위급한 분도 있다. (그분은 오늘 제왕절개를 하고 돌아오셨다)


트랙토실은 특정 기기를 통해 삽입이 되는데, 이 기기가 충전코드를 뽑으면 5-7분 정도 지나면 소리가 나서 화장실에 가는 것도 고역이다. 씻는 것은 링거 때문에 당연히 고양이 세수고, 조금만 시간이 지연돼도 알람이 울리는 기기 때문에 본전도 못 뽑고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기기 연결을 한다. 화장실에서는 배변기에 내가 얼마큼의 소변을 누는지 확인 후 기록을 해야 하는데, 내 몸에서 나온 소변을 보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고역이다.


벌써 이곳으로 옮긴 후 이런 생활을 해온 지 벌써 6일째가 되었고, 내 나름 적응을 하며 지내고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연락도 받고, 선물도 받고 있다.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가 큰 힘이 된다. 무엇보다 출산 때까지 보지 못할 줄 알았던 엄마도 봐서 너무 다행이고, 매일 남편의 극진한 케어로 용기를 얻고 있다. 얼굴은 너무 부어 더 이상 핸드폰이 내 얼굴을 인식을 못하고, 코에 산소줄까지 달아놓고 간호사님이 “저질혈관”이라 부르는 약한 혈관 때문에 열개 이상 구멍이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이마저도 남편과 낄낄대며 기록을 하고 있다.


지금 주수에 아이가 나와도 요즘은 의술이 발달하여 니큐에서 얼마 생활 후 건강하게 자란다지만, 그래도 뱃속에 품고 있는 일주일이 태아에게는 한 달과 같다 하니 나는 정말 사력을 다해 내 뱃속에서 조금 더 품으려고 노력 중이다. 같은 층 분만실에서 우렁찬 아기소리가 들리면, 3-4주 뒤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덩달아 설레어하고 축하한다. (3주 뒤에 출산을 해도, 원래보단 한 달 일찍 출산이다)


여담이지만 난 내가 고위험산모가 될 줄 몰랐다. 임신중독증도, 임신당뇨도 없고 단순히 경부 길이만 조금 짧던 내가 이렇게 임신후기를 요란하게 보낼 줄이야. 만 35세 이상 출산일 경우 고위험산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고 마침 나도 만 35세가 된 지 다섯 달이 되었지만, 병실에는 나 빼고 다 20대, 혹은 만 서른 정도이고 글을 찾아봐도 각자의 이벤트는 나이랑 무관하더라고.

사람은 스스로에게 닥친 계획에 없던 일에 대해 어떻게든 이유를 찾고 싶어 하고 자책을 하며, 혹여라도 이게 내가 모르는 사이 그 언젠가 행한 나쁜 행동 혹은 타인에게 준 상처의 카르마인가 등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이벤트들은 그렇지 않다.


나도 그냥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 (그리고 나는 꽤 선하게 살았다 자부한다 (?)ㅎㅎ) 이 시기에 내가 이런 것을 겪는 것은 훗날 또 어떤 가르침을 주기 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값어치가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짠한 내 보호자의 동그란 어깨와 희고 뽀송한 얼굴을 보거나, 엄마와 통화를 할 때 사무치는 그리움과 미안함에 눈물도 뽑지만 이 역시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일부겠지.


과정은 남들보다 유난스럽지만, 그만큼 더 특별할 우리 아이를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편과 내가 꾸리는 소중하고 예쁜 가정, 우리의 새로운 시작에 감사해하며 이 글을 마친다.


수액부작용으로 도라에몽이 된 손
일평 남짓한 집중치료실 속 내 공간
남편이 나를 간호하는 것을 보고, 엄마는 내가 왜 그와 3년간 함께하며 그리 살이 쪘는지 이해하셨다
심심해서 해본 우리의 궁합. 결혼 궁합이 97%, 매우 좋음이 나왔다. 다 맞는 말인데 나 고집이 그렇게 센가?
오늘자로 우리 아기는 33주
매일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 오는 남편
치킨 안 좋아하는데 효도치킨이 엄청 당겼다
옆산모분의 피가 채혈 중 정말 많이 튀었고 광경도 광경이지만 피비린내 때문에 난 과호흡이 왔다
비 오는 날 두 시간 동안 대중교통을 두 번 갈아타고 바리바리 도시락을 싸서 오신 엄마의 마음
산소 같은 나.. a living c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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