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빨래 집게를 보는 순간, 나의 부모들이 떠오른다.
토요일 아침 제법 따가운 볕을 배경 삼아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었다. 옷을 걸려고 보니 건조대와 빨래 집게들이 닳아있었다. 특히 집게들은 오래된 탓에 약해져 없어진 것인지 군데군데 비어있다. 결혼할 때 친정에서 가져온 것인데.. 사실 나야 친정해봐야 별 것 없지만 신혼 때 집에 있어서 사긴 아까운 것들을 그대로 들고왔었다. 건조대가 그랬고, 속옷 수납장이 그랬다. 혼수로 결혼 할 때 산 가전제품도 닳아가는데 결혼 전부터 썼던 건조대가 닳는 건 너무나 당연하잖아. 그래도 빨래를 너는 내내 마음이 서럽다. 나와 엄마의 손때가 묻어있는 이 물건이 헤지고, 몇 개는 없어지고 고장난다는 게 마음이 편치않다. 물건은 시간이 흐르면 사람 손을 타면 고장나고 헤지는 게 당연한건데 마치 그게 엄마 같아서, 엄마를 향한 나의 마음 같아서 좀 서글프다.
‘이렇게 엄마도 늙어갔을테고, 할머니도 그랬을테고, 나도 그렇게 늙어가겠지’라는 생각에 한층 더 처량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엄마와 할머니를 생각하고 대하는 나의 마음과 모습도 그렇게 닳아가고 있었다. 내리사랑은 있지만 위로사랑은 없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한다. 가정을 꾸리고 내 아이가 생기면서 내리사랑만 하고 있고, 그것만 할 줄 아는 날 보며 그 단어가 이제서야 마음으로 통과된다. 그렇게 한 단어를 또 삶으로 배운다.
손 때 묻은 물건으로 인해 이상하게 마음 한가운데 자국이 남는다. 건조대 하나가 엄마와 같이 빨래를 널고, 내 양말을 널어주는 엄마를 보고, 엄마가 빨아준 양말을 신던 그 날들, 내 맘 속 깊이 있던 그 기억들을 불러낸다.
2018.07.21
늑대아이 : 어머니의 노래
https://music.youtube.com/watch?v=gUwm3ewkRm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