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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소이 Oct 15. 2021

산후조리원에서 맞이한 생일


  “잘 부탁합니다”

  남편은 이 말만 남기고 산후조리원 밖을 나섰다. 휠체어를 밀며 사라져 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마냥 쓸쓸해 보였다. 그 옆에 노란 국화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하지만 꽃잎들은 조금씩 시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나를 닮은 것 같았다. 처량하게 서 있어야 했던 나는 아기를 안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소리 없이 울었다.

  산후조리원 원장은 신랑의 바퀴 의자에 균이 붙어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했다. 물론 위생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곳이 산후조리원임은 알고 있었다. 아기와의 만남을 매몰차게 금한다는 현실 앞에서 가슴을 억눌러야만 했다.

  “퀵서비스가 왔네요.”

  방 안에서 상념에 빠져 있던 나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면회실로 갔다. 생일 케이크와 장미 꽃다발이었다. 케이크 안에는 카드 한 장이 있었다.

  “생일을 축하해. 아기 낳아줘서 고맙고, 함께 하지 못하지만, 마음은 항상 너의 곁에 있어.”

  남편의 마음이 카드 안에 고스란히 담겨 마음이 짠했다. 내 생일도 모르고 있었다. 아기 걱정으로 생일을 지나가는가 싶었다. 남편은 자기 걱정보다 나와 아기를 염려했다.

  나는 아기를 안고 서른이라는 나이의 촛불을 켰다. 그리고 자축하였다. 병원에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도 신랑은 옆에 있었는데, 생일날에만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기쁘게 촛불을 껐다. 촛불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 또 하나의 촛불로 내 마음을 밝힌 아기와 남편에게 감사했다. 생명은 신비롭기만 하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충족시키고, 어두움을 밝힌다. 자신의 몸을 태워서 주변을 밝히는 초처럼, 나와 아기 그리고 우리 남편은 세상이라는 곳을 향해 또다시 빛을 밝혀야 한다. 장애인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이겨내고, 장애의 현실을 오히려 행복의 순간으로 바꾸기 위해 오늘도 슬픔을 기쁨으로 밝히련다. 그리고 우리에게 티 없는 사랑으로 다가온 아들에게 보여주련다. 아빠와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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