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Love and. 20화

코펜하겐을 걸어요

by 안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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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을 걸었다

내가 사는 룬드에서 기차를 타면 손쉽게 그리고 빠르게 (40분 정도)면 도착하는 옆 나라의 수도, 코펜하겐을 일 년이 지나서야 방문했다. 물론 여행을 갈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코펜하겐 공항을 이용하지만 공항 밖을 나온 적이 없었다. (스웨덴에 살고 있지만 스톡홀름과는 거리가 너무 멀고, 차라리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상/시간상 경제적이다.)


많은 덴마크 친구들은 내가 이제까지 한 번도 코펜하겐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놀라움을 표했다.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기차표가 비싸잖아."

얼렁뚱땅 그런 위기가 오면 임기응변으로 넘기곤 했다. 사실 런던이나 베를린행 왕복 비행기표보다 코펜하겐 공항으로 가는 기차표가 훨씬 비싼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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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코펜하겐을 갈 일이 생겼다. 지난 대선 선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싼 교통비를 내고 코펜하겐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찾았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은 스웨덴의 여느 타운과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다르다고 하면 또 다른 그런 도시다. 물론 개인적으로 조금 더 상업적인 도시에 가깝고 스웨덴보다 물가가 비싸다. 덴마크 사람들은 스웨덴 사람들보다 조금은 성격이 강하고, 다혈질적인 면이 있는 반면, 스웨덴 사람들은 좀 점잔을 떠는 면이 있다 (그래서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다고 덴마크 애들은 뒤통수를 깐다).

"스웨덴 애들 속은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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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함을 포용한 코펜하겐

오래된 건물들에는 아기자기한 커피숍과 상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거리는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적당히 섞여서 활기로 넘쳤다. 도시 한편에 자리한 크리스티냐라는 마약(주로 대마초)을 거래하거나 공예품, 미술 작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예술가, 히피, 이민자들의 마을도 있다. 그곳만은 덴마크의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대마초를 사고 피운다. 물론 호기심에 크리스티냐를 방문했지만, 온통 대마초 냄새로 가득 채워진 마을이 뭐가 좋다는 건지 당최 알 길이 없어 잠깐 머물다 그냥 나오고 말았다. (너구리 굴도 그런 너구리 굴이 없었다.)


그럼에도 다양함을 포용할 줄 아는 도시의 모습을 코펜하겐은 담아내고 있었다. 북유럽의 가치는 아무래도 다양함을 포용하는 사회적 관용이 아닐까? 자신과 다름에 의문을 던지기보다는 그 다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 안의 공간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의 공간 혹은 취향도 존중된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 아시아 문화권은 왜 다른지를 이해 못하는 반면, 유럽 문화권은 개인이 다른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고 존중받을 권리로 통한다. 아니 어쩌면 타인의 취향 따위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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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Vegan!

그날의 코펜하겐은 지구온난화를 대비해 지구인이 함께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지구의 평화를 위한 자리인 만큼 아주 평화스러웠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평화스러웠냐 하면, 경찰 한 명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그런 시위였다.

그들의 주된 주장은 이러했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내고 가속화시키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진정 걱정하고 있다면,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vegan)가 됩시다!"


이건 뭔 말이지? 비건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이어트를 이유로, 불교 문화권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채식을 하는 반면, 유럽 문화권은 생명의 권리에 더해 조금 더 환경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인류의 육식 식습관으로 인해, 식용 동물이 대규모로 사육되고 공장화/기업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료를 위해 곡물 소비량, 물 소비량, 식료품 가공절차 및 저장 등, 이 모든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을 꼬집어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동물이 가진 권리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식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사실 이런 이유로 비건을 실천하는 많은 유럽인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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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건물이 가득한 거리

비가 오다가 다시 푸른 하늘을 드러내길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이었다. 그래서 걷다가도 비를 피할 목적으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평소 관심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잘 가질 않던 의류 브랜드 상점에 들어가 괜스레 이리저리 티셔츠를 구경하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색깔을 가진 파스텔 색의 뾰족 지붕과 건물이 있는 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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