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아이젠만이 디자인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2천7백여 개의 콘크리트 덩어리 속을 걸으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온다. 이 공간을 만든 건축가는 건축물에 대한 아무런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오로지 관찰자의 입장에서 자유로이 해석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곳을 마치 무덤 속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갇힌 듯, 슬픈 듯, 억압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 무덤 구덩이에 들어온 듯하다. 밖의 세상에서 고립되어 있는 듯, 누군가에게 버려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주 단순한 콘크리트 덩어리리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갈래갈래 갈라진 쉽지 않고 좁은 역사 길에서 헤매었을 유대인의 역사를 아주 단순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누군가의 선입견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거대하고 단단할 수도 있다. 혼자 힘으로 부수기엔 너무나 무겁고 단단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저런 콘크리트 덩어리를 누군가에게 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in Europe, Berlin-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