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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Jan 07. 2017

모두 관리자가 된다

처음엔 다 초보다

 관리라는 표현은 필요하지만 입장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경영이란 관점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직을 운영하고, 사람들을 이끌어 성과를 내는 모든 행위가 관리다. 직장인 대부분은 관리한다는 주체적인 환경보다 관리당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사축 일기',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라는 책처럼 우리는 좀 더 자유롭고 주체적인 직장인이 아닌 인간 존엄에 대해 성찰하자는 말을 보면 돌아볼 부분도 많다. 하지만 현대 사회 밥벌이 수단인 기업 내 활동의 기본은 분업화된 조직 생활이 기초다. 조직의 운영과 관리에서 모두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관리보단 약속, 규칙, 좋은 성과를 위한 기준을 지키는 모든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관리의 대상이 사물이라면 훨씬 간단하다. 기초적인 일은 숫자 세는 일이고, 체크 리스트로 점검하는 일이다. 이 생각을 하면 그 어려운 복잡한 산수는 왜 배웠는지 모르겠다. 연구소는 계산이 아니라 함수 프로그램을 돌려서 해결하기에 산수는 여전히 중요한 것도 같다. 


 현장에서 편하게 못 지내게 하려는 목적인지 성과를 도출하려는 목적인지, 일은 숫자만 세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역할과 책임을 바탕으로 실행을 통해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재고가 가축처럼 새끼를 낳으면 평균 원가가 줄어들 텐데, 수주도 복식이자처럼 자기 증식을 하면 엄청난 부자가 될 텐데라는 상상을 하며 아쉬움을 한다. 연구소도 키보드 자율주행으로 코딩을 해주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 측면에서 관리라는 표현은 아무리 밥벌이를 하러 왔다고 해도 구성원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리더십(Leadership)과 같은 표현들이 등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인터넷상의 그림을 보면, 보스는 족치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리더는 먼지 모르지만 소처럼 힘들게 끌고 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위치가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마음 자세가 다르다. 사람이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기술발전에 따라 제품, 기술, 플랫폼을 디자인할 때 사람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격히 많아졌다. 인문학을 부르짖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기업을 만든다. 사람을 위해 만들며, 사람을 위한 조직과 운영 체계를 간과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무규칙과 방종을 용인하지 않는 균형점은 어렵지만 노력해야 한다. 조직의 존재 이유가 첫 번째, 그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균형 잡힌 기준이 중요하다. 직장인 대부분이 이런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지 않고 관리자로 나아가거나, 스스로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 부족한 경향이 많다. 닥치면 하게 된다는 말보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중에 많은 내용들은 이미 세상에 알려지고, 책에서 논하는 것이다. 그중에 취한 것도 있고, 내가 생각해 본 것도 있다.


  1. 듣는 사람이며 동시에 방향을 함께 열어가는 사람

    - 관리자라고 하면 지시하고 통제한다고 생각한다. 밥벌이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경향이 많다. 주권은 국민에게 나오듯, 그 사람들이 없으면 조직은 장애가 발생한다. 목표 수립의 수동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관리자는 이 목표 방향의 타당성, 합리성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말고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통해 공동의 활로를 열어가는 사람이다. 노를 저어 보면 한쪽이 쉬면, 배는 돌아간다. 목표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리더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래야 하고 리더는 이 방향으로 함께 가기 위한 모든 노력의 의무가 존재한다. 사람들에게 일일이 다 지시하며 할 수 없다. 기준 범위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일이다. 관리자가 되면 위에서도 내 귀에 쩌렁쩌렁 말하고, 아래에서도 끊임없이 요구한다. 올바른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잘 듣는 훈련이 요구되고, 더 잘하기 위해서는 잘 분별하는 역량도 요구된다.


 2.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것과 잘하는 것, 하고자 하는 것의 균형을 찾아가는 사람

   - 관리자의 인사평가권이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회사에서는 대표이사만 해고 권한이 있다. 사람이 따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 관계를 통해서 성품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평가를 하고 받는 이유는 그 사람이 잘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의 균형과 발전을 위한 소통 과정이다. 누군가를 미원하고 못살게 구는 일이 소통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소도 아니며 1+, 2+로 평가받는 목적으로 밥벌이를 하는 아니다. 성과의 결과에 평가가 따르는 것이 밥벌이의 한 과정일 뿐이다. 평가를 통해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전체의 목표 방향과 일렬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자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그저 점수를 매기고 불이익과 이익을 줄 목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관리를 직무적으로 너무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품격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상호 신뢰가 낮아 오래가기 힘들다. 다만 올바른 의사결정란 질적 의미는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최선인가? 이 질문을 리더가 되면 스스로에게 많이 해야 한다. 인문고전에서 법치주의를 주장하던 많은 사람들의 결과가 비극에 가까운 것도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반증이다.


 3. 다양성을 어떤 끈으로 묶을 것인가를 고심하는 사람

  - 내가 옳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적이 있다. 아직도 확실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의 주장은 강하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나도 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한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다른 관점, 사사로운 마음으로 보는 좁은 견해, 하기 싫은 것을 못한다고 말하는 소심한 변명부터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의 조합이 만드는 다양한 이야기를 본다. 그 이야기 넘의 사람과 그 사람의 상황도 생각해 본다. 다른 관점을 통해서 서로 배우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마주 않아 다른 관점을 통합해 신선함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 조율을 리딩하는 관리자는 공동체에 필요성 사항을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역하을 한다. 공헌을 통해 소통을 이끌고, 하기 싫은 것을 마주하며 원인과 개선점을 찾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은 아니지만 공헌의 의미는 품고 살아야 한다. 머리 아픈 일, 과하게 머리 쓰는 일, 외롭게 타인의 고민도 안고 하기에 보상도 조금 있을 수 있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나와 함께 일하는 팀원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갖기 바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조직을 이끌면 문제가 커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똑같은 놈들이 모여서 한 가지 생각만 하면 그것이 또라이 집단이다. 한 부서에 여러 사람이 있어도 한 사람이 있는 것과 다름없다. 똑같은 분야의 일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고로 진행하는 과정에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방식을 만들어진다. 내게 있지 않던 좋은 생각은 타인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다양성을 관리의 영역에서 원근감 있게 바라보며, 어떤 끈으로 어떻게 묶어서 좋은 효과가 날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교집합, 여집합을 잘 찾아야 한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기존 구성원뿐만 아니라 새롭게 직책을 맡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밥벌이의 고민 중 하나가 내가 하고 싶은 데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 문제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적다는 것을 알지만 참 힘들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만 된다면 엄청 심심할 것 같다. 소중한 동료들이지만, 가장 웬수땡이도 동료다. 고민을 말하고 듣는 자리가 선임 관리자로써 즐겁다. 왜냐하면 그들이 조직의 위치, 역할, 책임과 같은 거창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 뜻과 의미를 서로 잘 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타인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그들의 의도와 의미를 파악하고 다시 스스로를 바라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 같다. 내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다시 돌아보다 스스로 사사로운가, 목표에 부합하는가 마음의 저울이 가장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렇게 보면 소크라테스가 인간의 무지를 말하는 말보다, 사람은 알지만 게으르거나 싫어서 알면서 안 하는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여정이 관리자의 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더불어 함께하는 동료들도 갖고 있는 마음의 저울이 잘 작동하도록 서로 돕는 것이다. 때에 맞춰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와 시행착오는 당연한 것이다. 사람은 다른가? 감사,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은 과해도 부족하지 않다. 처음 하면 초보라고 부른다.  신입이 과장급 일을 한다면 과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초보가 잘하면 초보가 아니다. 관리자는 이렇게 조직을 보듬으며 올바른 의사결정을 통해 목표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는가가 관건이다. 실력이나 품성이나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안전, 보호라는 신뢰를 주어야 하는 이유다.


 두렵고 책임회피를 위해서 적시에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나쁜 관리자이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의사결정을 남에 미루는 사람은 비겁한 관리자다. 틀릴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낫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실행을 통해 실패의 이유를 이해하고 개선된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 교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실행에 대한 책임도 리더의 덕목이다. 어느 누구도 항상 옳은 결정만 할 수 없다. 옳은 결정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 우리는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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