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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로움 Apr 10. 2024

오래 만진 슬픔

오래 만진 슬픔

                        이문재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 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도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짝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

고통을 외면한 채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없으니 

꾸준히 돌보며 어쩔 수 없는 상처와 흠집을 무늬로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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