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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milk Apr 07. 2017

말라위에서 인생 최고의 하늘과 사람들을 만나다

들여다보고 공부 할수록 더 많이 보이는 아프리카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

말라위MALAWI.


생소한 나라 이름만큼이나 반드시 말라위에 가야 하는 이유를 찾기를 기대하며 떠난 여정은 장장 24시간에 걸쳐 인천> 홍콩>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를 지나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 있는 카무주 국제공항

Kamuzu International Airport에 내리는 긴 길이었다.


말라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1) 풍차소년 캄쾀바

2) 방귀금지법

정도가 되겠는데, 13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한 내용으로 스스로 작은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전구에 불을 밝힌 소년 윌리엄 캄쾀바의 스토리와, 우스갯소리(?)로 공공장소에서 방귀를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던 곳이다. 윌리엄은 나중에 미국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기에 이르렀고, 이 소년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2007년 TED강의를 시청해보기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G8yKFVPOD6o


남아프리카 특유의 유럽 비슷한 초록 평원과 동글동글한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과 잘 닦인 길을 달리는 차창밖엔 낮은 구름과 높은 하늘이 펼쳐졌다.


말라위 안녕? 앞으로 2주간 잘 지내자.


이번 출장 두 가지 목적: 말라위의 의료산업 알아보기, 초등학교에서 축구경기를 개최하기.



#1. 의료산업


말라위 정부의 노력으로 시립병원, 구립병원, 지역 보건소, 그리고 먼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모바일 클리닉 mobile clinic이 운영되고 있었다. 약은 공짜고 접수도 무료이며 차례가 되면 환자들마다 손에 하나씩 든 분홍색 공책에 방문 기록을 적는다. 내가 방문한 은치시 Ntchisi 구립병원은 산부인과, 소아과 등 꽤 큰 병동과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고 약 주민 4만 명을 진료하는 병원이었지만 들여다볼수록 그 반대의 현실이 나타났다.


구립병원의 경우 의대를 졸업한 정식 의사는 단 1명, 뇌수종이나 골수염 등 특이한 병일 경우에 받을 수 있는 것은 항생제와 진통제뿐 수술이 가능한 수술실이나 인력은 마련되어있지 않다. 하루에도 많으면 4백 명이 찾아오지만 의사는 바쁘고 임상의나 진료 의원이 한 환자당 10초 내외로 봐주면서 열이 있으면 말라리아약을, 배가 아프다면 설사약을 줄 뿐이다. 상태가 위급하면 걸어서 꼬박 12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시립병원에 가보라는 의사 소견서를 써준다.


나무에 매단 체중계에 갓난아이를 매달아 정상체중인지 확인한다.
포대에 싸온 아이를 업고 길게 줄을 서있는 엄마들.

수도 릴롱궤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한국인 선교사가 세운 사립병원 대양누가병원 Daeyang Luke Hospital이 있다. 이곳에서는 수술도 가능하고 엑스레이나 CT, 조직검사 등 좀 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상상 이상으로 비싼 병원이지만 정부 보조금과 후원을 통해 환자와 환자의 가족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그렇더라도 이런 병원까지 오는 건 시골 사람들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현지 의사들은 말라위의 가장 큰 의료문제를 의사 부족으로 꼽는다. 몇 시간씩 힘들게 걸어오지 않아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네에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국가차원의 의료인력 양성과 약품 보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관심이 이끄는 참여의 힘도 필요하다. ^^


옥수수와 담배의 나라 말라위. 3차 산업이 거의 전무해 농업 종사자가 국민의 80%인 이 나라에서는 1년에 단 한번 찾아오는 농작물 수확의 기회도 자연현상에 맡겨야 하는 현실.



#2. 교육/초등학교 방문


말라위에서 초등교육은 무료이고, 중학교는 1년에 약 20만 원의 학비가 있다. 그 외에도 교복, 교재, 학용품 등이 생각보다는 싸지 않은 편이다. 만난 아이들 중에는 기말고사 기간인데 시험비를 낼 돈이 없어 집에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시험을 못 쳐서 학년을 유급하면 같은 학년을 반복하게 된다) 교육의 가장 큰 장애는 가난. 기근이 들어 먹을 것이 없으면 인력이 자원인 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이 농사와 소일거리에 투입된다. 산에서 땔감을 해다 팔고, 동네에서 부농 이웃집에 가서 일을 해주고 돈을 받는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농장을 대부분은 갖고 있지만, 당장 먹을 것을 손에 쥐려니 남의 밭에 가서 김을 매고 있다.


한숨이 푹푹 나오는 현실이지만 잠시나마 아이들이 아이들답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축구화 서른 켤레와 유니폼 40장을 사들고 우리 학교를 찾아갔다. 처음으로 진짜 선수가 된 것 같은 아이들과 함께 숲 속 나무를 꺾어 만든 골대에 짱돌로 고정시킨 네트가 걸리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한쪽에서는 이미 동네 유명인사가 된 축구 중계자 겸 담배농사(본업) 청년 아벨(19세)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사람들은 모여들고 골이 터지자 여자아이들은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축구장(이라기보다는 한쪽 경사가 기운 흙마당)을 빙빙 돈다. 경기 한창 중에 소떼가 느릿느릿 지나가는 웃프닝도 아프리카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다. 마지막은 다 같이 지는 석양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는 것으로 축구경기는 아쉽게 끝이 났다.




#3. 호수



계획된 일정에는 없었지만 기회가 생겨 아프리카 3대 호수인 말라위 호수 Lake Malawi에 가보게 되었다. 말라위와 탄자니아, 모잠비크 국경에 걸쳐 뻗어있는 거대한 호수이며 아름답기로 유명해 말라위 아동 4명을 입양한 가수 마돈나도 매년 다녀간다는 곳. 말라위에 간다면 꼭 말라위 호수를 가보기를 권한다.


파도가 치는 말라위 호수는 바다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크다.


매일 다른 얼굴을 뽐내며 황홀함을 선사해준 석양, 은하수가 길게 펼쳐진 밤하늘, 이따금씩 찾아오는 숙소에서의 정전, 우리와 한마음이 되어준 현지 사람들과 함께했기에 2주간의 말라위 출장은 유난히 긴 여운이 남는다. 다시 찾아올 날이 기대되는 말라위와 인사하며. 모두 지코모 zikomo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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