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뇌를 깨워 건강을 디자인하다)
우리는 흔히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면 병원부터 찾거나 약에 의존하곤 한다. 하지만 많은 건강 문제들이 사실은 우리가 오랫동안 쌓아온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되고, 그 습관을 만드는 사령탑이 바로 뇌라는 사실을 아는 분은 드문 것 같다. 혹시 "나는 원래 잠을 잘 못 자", "화장실은 자주 가야 마음이 편해", “난 원래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 같은 생각들을 나도 모르게 뇌에 계속 입력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우리 뇌는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고 유연해서, 마치 근육을 단련하듯 훈련을 통해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거. 오늘은 바로 이 '뇌 훈련'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내 맘대로 방광 길들이기
내 경험부터 말씀드린다. 예전에 나는 소변을 너무 자주 봐서 정말 짜증 났다. 외출 전에는 화장실을 몇 번씩 들락거려야 했고, 중요한 회의 중에도 눈치 보며 나가야 할 때가 많았다. 그야말로 일상이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소변 참기 훈련'이라는 나만의 특훈에 돌입했다! 소변이 마려워도 바로 가지 않고, 정말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어떨 땐 방광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참았다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너무 괴롭고, 어떨 때는 소변 타이밍을 놓쳐 실수한 적도 한두 번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 달이 지나자 내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2~3시간은 너끈히 화장실 생각을 잊고 지낼 수 있게 됐다. 예전과 비교 시 소변량과 소변 시간이 1.5~2배는 족히 는 것 같다. 이건 단순한 근육 훈련이 아니라, 내 뇌에게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어!"라는 새로운 신호를 꾸준히 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아내는 나에게 '해외여행용 방광'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꿀잠 예약하는 뇌 훈련
또 하나의 중요한 뇌 훈련은 바로 '수면 훈련'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새벽에 자주 깨거나 다시 잠들기 어려워하는 분들 많이 본다. 나도 그런 날들을 보낼 뻔했지만, 몇 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5시 45분에 일어나는 생활 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우면 1분짜리 '나의 선언문'을 마음속으로 되뇌곤 한다. 놀랍게도 스마트워치로 체크해 보면 대부분 10분 안에 스르륵 잠들고, 밤새 깨지 않고 통잠을 자는 날이 대부분이다. 마치 내 뇌가 "아, 주인님이 이제 주무실 시간이구나. 꿀잠 예약 완료!" 하고 알아서 반응하는 느낌이랄까? ‘나의 선언문’ 내용에 관해서는 이전 칼럼(https://brunch.co.kr/@yesoksk/326)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 외에도 나는 다양한 분야에 뇌 훈련을 적용해 나쁜 습관을 고치고 있다. 이는 우리 뇌가 가진 '뇌 가소성'이라는 놀라운 능력 덕분인데, 뇌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유연한 기관이다.
예를 들어 간식을 못 끊거나 늦은 저녁 시간 야식을 자주 먹음으로써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례는 ’점심 식사 후에는 간식 금지!', '달달한 건 오후 3시까지만 허용!', ‘저녁 식사 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정하고 실천해 보면 뇌가 그 방향으로 작동한다. 또 빠른 식사습관을 고치려면 음식을 ‘20번 이상 씹기’, 음식 씹는 동안 ‘수저 내려놓기’ 등 훈련으로 개선할 수 있다. 목, 허리 통증이나 어깨 결림 같은 통증이 있다면 대부분 개인의 잘못된 자세 습관 때문인데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연습하면 뇌는 새로운 기준을 학습하여 점차 올바른 자세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면서 통증은 줄고 자세는 예뻐지는 걸 경험했다.
뇌를 가르치는 건강한 습관, 이렇게 시작해요!
그렇다면 우리 뇌를 건강하게 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라. 뇌 훈련은 고된 운동을 통한 건강습관과는 또 다른 얘기다. 몇 가지 핵심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 목표 세우기
가장 먼저 어떤 습관을 바꾸고 싶은지, 어떤 건강 문제를 개선하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거다. (예: '매일 15분 명상하기', '잠자리에서는 스마트폰 보지 않기' )
*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너무 급격한 변화는 뇌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아주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변화를 주되, 간헐적인 노력보다는 작은 변화라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 의식적인 노력
무심코 하던 행동이 아니라, '내가 지금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있어!'라고 의식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 셀프 칭찬과 보상은 덤
훈련 과정에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작은 목표라도 달성했을 때는 꼭 칭찬과 보상을 해주자. "나는 할 수 있다!", "점점 좋아지고 있어!", “봐, 되잖아” 같은 긍정적인 자기 대화는 뇌의 동기 부여 스위치를 켠다.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 뇌는 나의 가장 강력한 지원군!
뇌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는 충실한 하인이다. 잘못된 습관과 부정적인 생각들로 뇌를 방치하면 건강과 삶의 질은 계속 위협받겠지만, 반대로 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르치고 훈련한다면' 뇌는 우리 건강을 지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나는 건강하게 잘 잘 수 있어!", "나는 소변 따위 참을 수 있어!", "나는 저녁 식사 후에는 아무것도 안 먹어!" 하고 뇌에게 자신 있게 말하자. "내 뇌는 내 말에 귀 기울이고,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라고. 오늘부터 당신의 뇌를 믿고, 새로운 가르침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분명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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