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에 인색한 사회

챌린지 단어: 괜찮다

by 운동하는 거북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한국에만 있을 때는 그런 점을 몰랐다가 미국으로 해외 출장을 가서 이 점을 제대로 느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좌석 벨트 안내등이 꺼지자마자의 풍경을 상상해 보라. 사방에서 울리는 카톡 소리와 일어나서 선반 위 짐을 꺼내는 광경이 떠오를 것이다. 놀랍게도 이는 한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한국인이라고는 우리 일행 셋뿐인 미국 국내선을 타니 좌석 벨트 안내등이 꺼져도 앞사람이 다 나갈 때까지 앉아있는 미국인들은 굉장히 색다른 풍경이었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가 제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 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 '빨리빨리' 덕에 한국이 초고속 성장했다고 여긴다.

'빨리빨리'의 한국인은 정말 열심히 산다. 어렸을 때 '자투리 시간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한국인은 쉴 틈 없이 계속 무엇인가를 한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아침형 인간'의 변형이 유행을 최근에 타는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나 역시 돌이켜보면 열심히 살았다. 학창 시절에는 도서관에서 자더라도 무조건 출석하고 앉아있었다. 참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그 당시 집안 분위기는 쉬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다. 그렇게 나는 강약강약이 아닌 강강강강으로만 살았고 열심히 했지만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한 경우가 꽤 있었고 많이 힘든 시기도 있었다. 이런 나를 위로해 준 것은 알고리즘에 우연히 뜬 유튜브 강연 영상이었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어요. 쉬어가도 괜찮아요.


힘들었던 나에게 '괜찮아'라고 처음 말해준 사람이 유튜브 강연 등장인물이라니.. 비록 2D에서 위로를 받았지만 강연 영상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 중 이런 감정을 가지는 이가 많나 보다. 그만큼 앞만 보고 빨리빨리 나아가는 이 경쟁 사회에서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말 자체가 실례일 정도로 '괜찮아'에 인색한 사회가 되어 씁쓸하다. 비록 경쟁 사회의 흐름을 한 사람이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괜찮아'를 말하면서 쉴 틈을 주는 것은 어떨까?


keyword
이전 03화팔뚝 근육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