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Apr 08. 2024

막차를 신경쓰는 나이

오랜만에 종로에서 모임을 했다. 20대 후반부터 인연을 이어온 사람들. 코로나로 인해 4년동안 얼굴을 못 보다가 다들 마음이 맞아(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시간을 낸다는 것이고 시간을 낸다는 건 마음이 동했다는 것이므로) 만남을 가졌다. ‘자기다움’이라는 목표로 각자 원하는 삶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고 생존과 자아실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10년을 보냈다. 그렇게 해볼 건 해보고 단념할 건 단념하며 지금의 자리에 자리잡은 이들. ‘자기다움’이란 공통점을 갖고 모였기에 동호회도 자기계발 모임도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느슨하지만 끈끈하게 연을 이어가고 있다. 반가운 사람들과의 대화는 핸드폰의 여부를 잊게 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지 지루한지를 알려면 내가 핸드폰을 얼마나 꺼내보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시 반에 만났는데 어느새 10시 반.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반가운 얼굴들이지만 헤어져야 할 시간은 지키는 법.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빼박 택시를 타야한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약간 아쉬울 때 헤어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다가 또 이렇게 만나서 근황도 나누고 웃으며 한 잔 할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고 믿는다. 오랜만에 주량을 채웠지만(맥주 500cc 2잔)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30대였던 이들은 50대가 되었고, 20대였던 이들은 40대가 되었다. 10년 전에 꿈꿨던 자기다움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지금의 모습이 자기다움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삶은 그 때 그 때 필요한 방향으로 나를 인도하고 그걸 감당하며 살면 그게 자기다움이 아닐까. 적정한 시간에 헤어졌기에 다행히 마을버스 막차를 탔다.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막차를 신경쓴다. 서로의 내일을 응원하기에 만남이 오래 지속될 수 있디고 믿는다.

이전 25화 삶은 복근운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