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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10. 2024

실링왁스 보는 재미

불멍과 물멍이 왜 좋냐면 아무 생각없이 봐도 편하기 때문이다. 과한 생각에 지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선 아무 생각 안 하는 것만큼 힐링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고보니 외향형 친구들이 캠핑으로 힐링하는 것처럼 내향형인 나는 방구석에서 실링으로 힐링하는 중이다. 실링왁스가 접근성이 쉽고 진입장벽이 낮다보니까 유튜버들이 쉽게 시작하는데 그러다보니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니즈로 실링왁스 영상을 보는지 모르겠지만 난 순전히 ‘멍 때리는’ 용도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인장을 구경하는 재미, 유튜버들이 왁스를 오려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재미, 동글동글 귀엽고 다양한 색감의 왁스를 보는 재미 등 그냥 보고만 있으면 시간이 참 잘간다. 영상으로 보면 단순히 왁스만 녹여서 인장으로 찍는 것 같지만 왁스를 녹일 때 나오는 냄새가 좋진 않기 때문에 환기도 잘 시켜야 하고 전용 마스크를 사용하기도 한단다. 그리고 타임랩스 기능으로 영상을 보는 나는 지루하지 않지만 왁스가 녹는 시간, 굳는 시간까지 합하면 하나의 완성된 인장으로 찍히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그러니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쉽게 해볼 수 있지만 또 누구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닌 것이다. 뉴 페이스라 하더라도 각자의 개성이 있고 보는 재미(난 힐링물로 보기 때문에 BGM이 깔리는 것보다 BGM없이 ASMR처럼 보는 것을 선호한다)가 다르기 때문에 알고리즘으로 추천해주는 실링왁스 영상은 거의 다 챙겨보는 편이다. 오동통한 실링왁스가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 뾰족한 집게로 실링왁스 고를 때 왁스끼리 부딪히는 소리, 소리는 안 들리지만 왁스가 녹을 때의 모양, 실리콘 판에 부을 때 흘러내리는 왁스의 점도, 왁스가 굳기 전에 인장을 꾹 누르는 강도, 모양이 잡혔겠다 싶어 인장을 떼어낼 때 ’쩍‘하고 왁스에서 떨어지는 소리 그 모든 것이 ’실링왁스 멍‘의 매력이다. 어느 댓글에서 그러더라. 현생을 살라고. ‘네, 알겠습니다. 실링왁스 영상 쫌만 더보고 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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