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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신념이 있을까.

by 이문연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넌 신념이 있잖아, 나는 그 신념이 멋지다고 생각해! 난 신념이 없어서 이리저리 너무 많이 휘둘리거든." 글쎄. 친구가 내 브런치를 읽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친구에게 신념이 있어 보이는 건 신념없이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정확히는 안될 것 같은 일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지만)일 것이다. 난 휘둘리는 모습을 글로만 쓴다. 확고한 신념으로 자기확신에 찬 것도 딱 10년까지다. 사람이 10년을 신념으로 살면서 궁핍해지면 신념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대체 신념이 뭔데? 신념은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나침반이다. 나침반을 들고 정해진 방향 그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신념은 침의 방향을 조금씩 수정한다. 난 그게 신념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굳게 믿는 마음은 세상 풍파에 조금씩 다듬어진다. 양보하지 않았던 부분을 조금씩 양보하고 세상과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러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처럼 보여도 거시적으로 보면 결국 비슷한 방향으로 가게된다.(맞겠지?) 그래서 친구는 내가 멋지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하나도 안 멋있다. 이리저리 흔들려도 흔들리면서 걸어가는 자기 삶이 있고, 안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도 누구보다 큰 혼란을 안고 사는 삶도 있다. 전자와 후자의 삶을 신념으로 가를 수 있을까. 신념이 있다고 잘 사는 것도, 신념이 없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다. 그냥 스스로 신념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고, 신념이 없다고 생각해도 자기 삶의 목적성대로 살아가면 된다. 지금의 나에게 신념이란, 일이 되는 방향이다. 길이 없는 곳, 수풀이 우거진 곳의 수풀을 쳐내면서 길을 만들어간다. 열심히 갔는데 낭떠러지라면 다시 back한다. 다른 방향으로 수풀을 쳐내며 새로운 길을 만든다. 될지 안될지 모르는 길을 열심히 가는 모습이 아마 신념이 있어서 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내가 신념이 있나? 잘 모르겠다. 그냥 처음 이 길을 선택한 마음이 시작할 때보단 옅어졌지만 오래 같이 살다보니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버려 헤어질 수 없는(실제 그런 경험은 없지만;;) 그런 일이 되어버렸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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