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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하게 웃고 싶다.

by 이문연

3,40대 작가가 쓴 에세이를 읽다 보면 이런 문구를 종종 발견한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귀여운 할머니란 어떤 할머니일까. 일단 성질이 괴팍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괴팍하게 보여서도 안 된다. 온화한 미소가 귀여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그런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주름이 너무 많이 보여서도 안 된다. 귀엽다는 건 곧 천진하다는 말이며 얼굴에서건 스타일에서건 천진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천진해 보이려면 너무 어른스러워선 안 된다. 무거워 보여서도 안 된다. 무서워 보이는 건 더더욱 안 된다. 귀여운 할머니는 '귀엽다'는 수식어에 걸맞게 밝고 발랄한 느낌이어야 한다. 그러니 옷도 가급적 밝은 색을 입고 그런 색이 어울릴 것이다. 아마 빨간색이나 다크한 보라색의 옷을 입는다면 그건 귀여운 할머니보다는 열정적인 할머니나 카리스마 할머니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지 모른다. 귀여운 할머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노년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거의 없다.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젊게 입고, 활력있는 분위기에 지금을 즐길 줄 아는 노년. 그게 바로 귀여운 할머니가 가진 느낌이 아닐런지.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귀여운 중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귀여운 중년이 귀여운 노년이 될 확률이 높지, 시크하고 도도한 중년이 귀여운 노년이 될 확률은 드물다. 그래서 난 귀여운 할머니가 되긴 글렀고 아마도 뚱한 할머니가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도 꽤나 뚱한(뚱뚱한 아님 - 물론 배가 좀 나온 올챙이 실루엣이긴 함) 중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뚱한 중년이 싫은 건 아니다. 뚱한 분위기는 살갑게 느껴지거나 호감은 아니지만 그래서 얻는 유익함도 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뚱하기만 한 건 싫다. 뚱함 속에 유머가 있는 노인이면 좋겠다. 그럴려면 지금부터 유머의 기술을 익혀야 하는데 삶에서 유머가 메말랐다. 격렬하게 웃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격렬하게 웃고 싶다.


"저기요, 저 좀 웃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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