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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기 싫은 곰

by 이문연

알고리즘은 참 희한하다. 확증편향 같으면서도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해주니 말이다. ‘과나’라는 음악가? 예술가?도 알고리즘으로 접했다. 정확히는 과나보다는 과나의 노래가 나의 세계로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노래가 독특한데 특히 영상과의 조화가 마치 한 편의 짧은 애니를 보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노래이면서 스토리이면서 어른을 위한 동화같다. 내가 꽂힌 노래는 ‘사람이 되기 싫은 곰’. 처음엔 제목이 특이하다 싶었다. 빠른템포의 가사를 쫓다보면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후렴구엔 서정적인 멜로디로 마음을 싸르르하게 만든다. 그게 끝인 줄 알았지만 아니다. 이때부터 눈이 촉촉해지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듣다(보다) 보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고로 이 뮤비는 꼭 혼자 있을 때 눈물을 흘려도 아무렇지 않은 상황에서 봐야 한다. 이 뮤비를 본 건 올 해 초였는데(정작 노래는 22년에 나옴) 오늘 과나가 유뷰트를 그만둔다(영상을 가끔 올리겠지만 거의 그만두는 거나 마찬가지라고)고 글을 올려서 노래를 다시 한 번 들었다. 댓글을 보니 개천절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란다. 몰랐다. 그러고보니 호랑이, 곰, 마늘과 쑥 그리고 인간이네. 왠지 아이들은 이 뮤비를 보면서 울지 않을 것 같다. 어른들만 울 것 같은데 곰의 애환을 아이들이 이해하긴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뮤비에는 눈치 보는 법 3가지가 나오는데 오로지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다. 그러니 태생이 동물인 곰이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말과 행동이 다르고, 표정과 마음이 다르고, 기분이 좋아도 춤을 추지 않는 종. 마치 생존을 위해 진화된 능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 3가지를 잘해야 생존에 유리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오늘 뮤비를 보면서 내가 왜 우는지 생각해봤는데 3가지로 수렴이 되었다. 1. 사람이 되기 싫은데 선택된 곰이 불쌍해서 2. 곰을 위해 힘을 보태준 동물들의 우정이 감동이라 3. 그렇게 사람으로 역할을 다 하고 하늘로 올라갈 때 다시 곰이 되는 모습이 뭉클해서. 곰은 곰일 때 행복했겠지만 죽을 때 울어주는 가족이 많은 걸 보면 사람이 되어서도 행복했을 것 같다. 내 안의 곰은 아직 사람화가 많이 덜 된 것 같다.


과나 ‘사람이 되기 싫은 곰’


https://m.youtube.com/watch?v=UGrp6yqL804&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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