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쫄보는 벌레 잘 해치우는 사람이 이상형이다.(물론 그것만 보는 건 아니지만 다섯손가락 안에는 든다) 여름은 이래저래 벌레들의 계절. 맨질맨질한 자동 개폐 쓰레기통으로 바꾼 뒤부터 초파리들이 자꾸 쓰레기통 뒤에 알을 깐다. 수시로 에프킬라를 뿌려보고 쓰레기통 겉에도 발랐지만 오래가지 않는 약효로 인해 초파리와의 동거?는 계속 되는 중이다. 사실 초파리 알은 나름대로 봐줄?만한 비주얼이라 아주 극혐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왕성?한 번식력으로 1-2마리가 아닌 1소대 집합을 보게 되기도 하는데 그러면 비주얼이 극혐으로 상승한다. 오늘도 오랫동안 방치된 쓰레기통 뒷부분을 보게 되었는데 하아… 그 동안 좀 선선해지고 비도 오고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더만, 너네 사랑을 참 많이도 나눴구나. 그렇게 세상에 태어난? 알들은 기어보지도 못하고 에프킬라에 절여져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월초에 코천이한테 외부 기생충 약을 발라주는 걸 깜빡했다. 액상 기생충약을 목 뒤에 발라주면 몸에 붙은 진드기들이 약기운에 취해 몸에서 빨리 떨어진단다. 약효는 약 한달간이다. 그래서 한달에 한 번씩 발라줘야 한다. 요즘 유난히 몸을 긁는다 했더니 어디서 진드기 한 소대를 붙여왔네. 그저께도 한 15마리 잡았다고 들었는데 어제도 내 이불에서 5마리, 마루에서 5마리, 코천이 몸에서 5마리 정도 잡았다. 1mm정도 크기의 얇은 진드기들이 피를 빨아먹고 까맣게 통통해져서 보이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얇은 건 찢여 죽이고 통통한 건 터뜨려 죽인다. 왜냐하면 얇은 진드기는 찢여야 잘 죽고 통통한 건 손톱으로 눌러 터뜨려야 잘 죽기 때문이다. 남의 피로 배를 불리는 건 그들의 본성이지만 보호자 있는 강아지들의 피부에 붙은 진드기는 발견되는 즉시 사살(아니, 충살인가?)이다. 초파리도 그렇지만 진드기도 사람에겐 해충이므로 죽일 때의 죄책감 같은 건 없다. 게다 작은 진드기는 그들의 징그러움이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혐오감은 초파리 알보다 더 적은 편이다.(하지만 1mm보다 커지고 더 통통해질 수록 혐오감은 올라간다. 1cm까지 큰 진드기도 봤다. 코천 쏘리-) 죽일 때의 죄책감은 없고 혐오감도 타 해충에 비해 다소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살생은 가급적 하고 싶지 않다. 살생이 싫어서가 아니라 나에겐 혐오감이 곧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수록, 해충일수록 죽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발버둥이 나에겐 너무 징그럽고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런 나의 고통을 대신 짊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호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꽤 많은 살생을 한 오늘, 죄책감과 혐오감이 없는 애들?이라 다행이었다. 살생의 업보를 언젠가 받겠지만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다음 생애에는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라는 말과 함께 에프킬라에 절여죽고 손톱에 터져 죽은 그들에게 굿바이 인사를 건넨다.
* 1소대: 3-4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