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브런치 글들을 보노라면 역시 소재가 핫해야 조회수도 쭉쭉 오름을 느낀다. 물론 핫한 소재의 작가들의 글빨은 평타 이상이다. 글빨이 별로인데 소재만 핫하다고 인기많은 글은 보지 못했다. 다행이다. 그런 글을 발견했다면 상당히 짜증(부러움과 질투라고 쓰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났을 것이다. 핫한 소재를 기획하는 것도 좋은 글쟁이의 역량이겠지만 역시 글쟁이는 무릇 글빨로 승부하는 것이 온갖 글쟁이들이 난무하는 플랫폼에서 가오 상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하는 바, 요즘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그냥 직장인, 주부들, 자영업자(고로 누구나)들도 한 끗발하는 글빨로 조회수를 쭉쭉 올리니 눈은 게슴츠레해지고 글쓸 맛도 안나고 질투심만 상승 중이다. 슈퍼스타K같은 오디션 프로를 보면 노래 잘 하는 뮤지션들이 다들 어디 숨어 있다 나온 거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처럼 브런치 글들 읽다보면 숨은 글빨러들이 자꾸자꾸 튀어나온다. 아마 점점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듯. 솔직히 글만큼 가성비 좋은 취미도 없기에 누구나 키보드만 칠 수 있다면 이 광활한 활자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것이다. 브런치의 핫한 글을 부러워하면서도 그 글을 읽지 않는 자. 잇츠 미. 몸과 마음이 불편하거나, 가족 관계 이슈 또는 적성이나 커리어에 대한 불안과 혼란에 대한 글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자극적인 배달음식보다는 슴슴한 집밥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지라(물론 가끔 먹는 배달음식은 맛있당) 자극적인 글이 제목과 내용면에선 혹하긴 해도 꾸준히 읽히지는 않는다. 어쩌면 내 삶이 가장 답답해서 그런 것인지도. 원래 자기 삶이 답답하면 막장 드라마가 땡기지 않는 법이지 않은가. 고요하고 안정적인 삶이라야 하드코어 롹이나 피칠갑의 공포영화를 더욱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내 삶이 피곤한만큼 타인의 아프고 힘들고 불안한 삶을 읽으며(그 삶에 공감하며)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말하며 힘을 불끈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나는 내 글을 쓰면서 힘을 불끈 내본다. 사실, 나 역시 혹하는 기획과 제목의 글들을 구독하고 있지만 구독만 할 뿐이다. 읽어볼 생각이 들 때 몰아서 읽을 참이다. 아니면 어느날 갑자기 왕창 구독 취소를 하던가.(필자는 페북 친구를 2000명에서 200명으로, 브런치 구독을 127명에서 7명으로 줄인 적이 있다. 지금은 다시 34명으로 늘어났지만 구‘독’을 안해서 참 민망하네) 사람들은 매일 열심히 쓰고 꾸준히 쓰고 또 잘 쓴다. 나는 핫한 소재가 없어 그냥 시덥잖은 글만 쓴다. 그래서 오래 쓸 참이다. 500자 일기로 일단 100일은 넘겼으니 150일까지 써보련다. 시덥잖은 이야기가 얼마나 더 나올 수 있을까. 이 글 쓰려고 ‘시덥잖은’을 검색했는데 표준어는 ‘시답잖다’였다. ‘시덥잖다’는 경북의 방언이란다. 누가 경상도 집안 아니랄까봐 검색하고선 깜짝 놀랐네. 그래도 시답잖다보다 시덥잖다가 더 입에는 잘 붙음. 시덥잖지만 계속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