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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진 Aug 22. 2017

주사위는 던져졌다

도박판 위 실험대에 오르다


1화. 프롤로그 - 알고리즘 전쟁

2화. 위대한 도박사의 탄생

3화. 비밀을 풀수 있는 열쇠

4화. 승리를 위한 드림팀



뉴욕의 사업가 임마뉴엘 킴멜



“잠깐 나와 얘기 좀 하지 않겠나?”


뒤에 시커먼 정장 차림의 덩치 다섯을 거느린 남자가 풍기는 수상함도 수상함이었지만 소프는 그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남자의 뒤를 따라 나섰다. 


수상한 남자의 이름은 임마뉴엘 킴멜(Emmanuel Manny Kimme). 


뉴욕의 사업가였다. 상장 예정인 키니파킹컴퍼니(Kinney Parking Company)라는 주차장과 장례업계의 큰 손이었다. 처음에는 뉴저지 뉴어크 공항 옆의 작은 주차장으로 시작했으나 탁월한 사업수완과 자금력으로 뉴욕 전체의 주차업계를 주름잡게 되었다. 청소, 설비 외에도 배트맨과 슈퍼맨으로 유명한 DC코믹스와 탤런트 에이전시를 인수하기까지 하였다. 이후 1969년에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고 타임워너와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의 미디어 기업이 되었다. 



사실, 킴멜은 도박과 술장사로 재산을 축적한 사람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그가 처음 시작한 뉴저지 주차장도 거액의 주사위 내기에서 이긴 돈으로 산 것이라고 한다. 키니파킹컴퍼니가 성공을 거둘 수 있던 것도 주차하려는 고객 외에 불법 도박장 사업에도 관여하면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금주법 시대에는 조직폭력과 연계해서 주류 운반으로 큰돈을 벌기까지 했다. 1965년 FBI의 보고서에 따르면 킴멜은 국제적인 갱들과 평생 형제 조약을 맺을 만큼 친했다고. 

이렇게 부를 축적한 그는 여러 가지 도박을 즐겼으며 블랙잭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프의 논문에 관하여 소식을 듣게 된 그는 뉴욕에서부터 5시간 가까이 차를 몰아 찾아온 것이었다. 





실험을 시작하다




“내가 고작 교수 따위의 강연이나 들으려고 뉴욕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으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킴멜은 손가락 하나를 폈다. 


“10만 달러.”


그는 소프에게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조건에 10만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됐소."

하지만 소프는 고개를 흔들었다. 


"10만 달러가 모자란 것인가, 소프?"


소프는 킴멜의 제안이 처음부터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시스템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블랙잭은 연봉 7,000달러인 그의 자금으로는 알고리즘이 채 작동하기도 전에 파산할 것이었다. 그만큼 택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아니, 킴멜. 나는 1만 달러면 충분하다네.”


그는 연봉의 15배가 넘는 거액으로 베팅할 경우 이성적으로 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을 염려했다. 그렇기 때문에 1만 달러만 받는 것이 적절해 보였다. 




킴멜 또한 마찬가지로 소프를 전적으로 신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수학적 이론 따위는 잘 모르지만 자신의 블랙잭 경험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블랙잭에서 소프가 자신을 이겨 논문의 내용을 증명해주길 바랐다.


킴멜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패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내내 소프와 킴멜은 블랙잭을 했다. 


다음날에도, 

그 다다음 날에도 하루 종일. 


소프는 주말마다 뉴욕에 있는 킴멜의 집으로 차를 몰고 가서 게임을 하였고, 약 한 달 만에 킴멜은 소프의 알고리즘이 효과 있으며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소프는 자신감에 차서 자신이 패배할 유일한 변수는 카지노가 속임수를 쓰는 것이라 하였다. 


킴멜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카지노의 속임수를 적발하는 데 도가 터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게.”



그리고 그들은 작은 도시 리노로 향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글은 책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의 미리보기 글입니다. 
YES24 -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 알고리즘, 세계 금융 시장을 침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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