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잠 사이

언어의 몸집

by 서휘

밤새 잠과 생각이 서로 얽혀 뒤척였다. 때문에 정신은 잠과 생각 사이를 오가느라 얕았다.
새벽이 되어서야 생각의 정체를 붙잡았다. 그러니 정신이 깊어졌다. 깊은 내 속을 고요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얽혔던 잠과 생각이 가지런해졌다. 덕분에 맑은 하루를 보냈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깊고 깊은 내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언어의 몸집들이 보인다. 불편하게 부풀린 언어들을 다독이고 이해하고 나면 어느새 언어는 단단하고 야무져 있다. 그러면 된 거다.

결국 언어를 단단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다독이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긍정하게 될 때 생각의 언어는 저절로 단단해지고 정신은 평온해진다. 이것이 신이 허락한 범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집중하는 시간 뒤로
활자들이 몸을 부풀린다

생각을 먹고 자란 활자들이 줄을 선다

촉수를 깨우고 자란
늦자란 삽상한 바람.

세상 모든 것들에
“?”표를 던져 놓은,

언어의 몸집들이 제 말을 늘려간다

말들의 희미한 시간
새로운 몸집들의 반란.

ㅡ「언어의 몸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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