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풍경소리

저 너머에

by 서휘

풍경소리가 창호지에 걸려 엷은 소리를 내는 새벽, 절간은 고요합니다. 그 엷은 고요에 눈을 뜨면 탑 주위를 빗질하는 행자승의 마음이 경건하게 들려옵니다. 잠이 덜 깬 마음을 억지로 끌고 나온 나는 바람에 따라 다르게 들려오는 풍경소리에 온 촉이 가 있습니다.

어느 날 풍경소리가 방정맞게 딸랑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바람이 제 몸을 견디지 못하고 설쳐 댔을 때였습니다. 절간도 그 소리 따라 분주해졌던 기억이고 수도승들의 흰 고무신들도 절간을 바삐 왔다 갔다 움직일 때로 기억합니다. 어린 나는 절간에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생각만 하곤 궁금해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때론 궁금해하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풍경소리가 은혜로 잔잔할 때는 가끔 씩 댕그랑 소리가 내 명치 아래를 건드렸는데, 그럴 때마다 그리움이 저려 왔지만 그것 외엔 견딜 만했었습니다.


내 그리움은 늘 풍경 너머에 있습니다. 멀지 않아도 가깝지 않아도 아득하게 아득한. 그곳을 나는 언젠가 '無'라고 노트장에 적어 놨었습니다. 있다고 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없다고 해서 또 없는 것 또한 아닌, 어린 나를 그렇게 풍경은 아득한 세계를 꿈꾸게 했었나 봅니다.

오늘 들리는 풍경소리는 금빛으로 물들어 탑을 몇 번을 돌더니 이내 운악산허리에서 흩어진 듯 고요해졌습니다.


봉선사 큰 법당 풍경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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