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래 2층집에 살았던 적 있었다. 뒷산엔 두릅이 지천이었고 마당엔 사시사철 계절을 대표하는 꽃부터 이름 모를 들꽃들로 날마다 새로운 생명들을 만나던 집이었다. 그때 나는 산수유라는 꽃나무를 처음 알게 됐는데 봄을 가장 먼저 알려온다고 했다.
이 꽃을 피우려고 겨울 내내 땅속으로 길을 냈을 뿌리를 생각하다 몸이 아파왔다. 마치 내가 뿌리가 된 듯한 고통. 그러나 알 수 없는 그 무엇의 힘이 나를 견디고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뿌리가 내 몸으로 길을 내는지 내가 뿌리가 되어 땅속으로 길을 내는지 알 수 없는 고통을 느끼다가 그 단단한 땅도 나의 가늘고 연약한 잔뿌리들을 위해 길을 내 줌을 보았다.
생에 충실하다는 건 그런 것. 나의 가느다란 숨소리마저도 알아차리며 길을 내주는 생 앞에 눈물 나게 감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