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자유와 낯선 허기. 5

마음에 켜지는 저 환한 외등

by 서휘

절 마당 소원 매단 연등들이 들떠있다

바람을 타고 도는 망자 위한 하얀 연꽃,

화려한 소원을 달고

펄럭대는 붉은 연꽃


큰법당 앞을 지나 넓은 마당 휘도는

알록달록 바람이 그 소원 다 읽어

듬직한 하늘 여는지

쪽빛으로 피는지

- 「연등_사월초파일」 전문



초파일을 앞두고 동네 가까운 봉선사에 들렀다. 방적당 툇마루에 걸터앉아 있자니 ‘절 마당 소원 매단 연등들이 들떠있다’ 망자를 위한 흰색 등과 생자를 위한 화려한 ‘화려한 소원을 달고 / 펄럭대는 붉은 연’등들이 낭창였다. 삶과 죽음은 이렇듯 함께 있는 것이다. 죽음이 저 세상이고 삶이 이 세상이라 하여 사뭇 먼 데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곳 삶이고 죽음이었던 것이다. 나는 매일 죽고 매일 사는 것이다. 내 상념과는 상관없이 ‘큰법당 앞을 지나 넓은 마당 휘도는 / 알록달록 바람이 그 소원 다 읽어’ 내느라 분주한 가운데 나는 ‘듬직한 하늘’이 ‘쪽빛으로 피는’것을 본 둣 했다.

삶과 죽음의 나란함. J.


띵~동~!

핸드폰 액정에 불이 켜진다

바닷가 모래밭에 쓰여진 내 이름자가

최북단 서해 사곶에서

상처 없이 나직이 왔다


흩어졌던 그리움들이 모여서 이룬 결실

내 생生의 도로가 저리 견고할 수 있을까

가슴속 활주로에서

달려온 저 믿음-!


켜지는 건 핸드폰 액정뿐만 아니다

빈 마음에 숨겨둔 오래된 외등 하나가

복사꽃 환하게 터지듯

눈 시리게 켜진다 지금



*백령도에 위치한 해변 이름. 비상시 비행기 활도로로 쓰인다.

- 「사곶*에서 온 포토메일」 전문



고독한 자유는 낯선 곳에서 더욱 확고한 믿음을 생산해 낸다. 가슴 속 활주로에서 달려온 저 믿음이 빈 마음에 숨겨둔 오래된 외등 하나를 복사꽃 환하게 터지듯 켠다 지금.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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