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1

수행자

by 서휘

내가 걷는 길들이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내 안에서 만난 길은 다시 길을 만들고


길들이 길들과 만나 없던 길을 만듭니다



온몸을 회로처럼 휘감아 도는 길은


내 생각과 내 감정과 내 언어와 내 행동을


쉼 없이 만들어 내고 세상 밖으로 내 보냅니다


길 위에 내가 있고 내 위에 길이 있습니다


고요한 길들이 견고하게 심어진,


당신이 내 안에 들어, 나를 만들어 갑니다.

승려가 아니라도, 신부나 수녀가 아니라도 우리 모두는 수행자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나'와 대면하고 부딪기고 싸우고 때론 다독이면서 '나'를 만들어 가는, 그대와 나, 우리는 모두 수행자들입니다.


우리 사는 모습들을 세심하게 결결이 살펴보면 거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내 앞에 펼쳐진 길이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사소한 삶이란 없습니다. 내 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숨들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오늘도 그런 하루를 시작합니다.

내 앞에 내어진 길 위로 한 발 짝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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