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막내작가

by 미니힐

또다시 시사프로그램에 도전! 공고가 떠서 지원하게 됐다. 이력서를 무려 두 번이나 넣었던 곳. 점점 궁핍해지니까 마음이 급해졌다. 숨만 쉬고 있어도 불안해지는 이상 증세가 찾아와 일을 알아보았다. 사실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추와 중간 점검이 필요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또 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덜컥 시사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일을 시작하게 됐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팀원들도 좋았다.

그러나 시사에 약하니까 무식이 탄로 날까 봐 진땀을 뺐다. 배경지식도 없고, 한자도 어렵고, 정치 용어도 자꾸 오타가 나서 이건 뭐 일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들통날까 봐 똥줄을 탔다. 부지런히 시사 공부를 해야 했는데 공부는 또 게을리했다. 질문지 작성할 때도 자막 뽑을 때도 신문 기사에 의지해 겨우 작성했다.


더 큰 문제는 동기작가와의 관계였다. 뭐 할 때마다 견제하고 물어보고 눈치 보니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보통 한 시간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막내 작가가 한 명만 붙었는데 이곳에서는 막내가 두 명이었다. 이런 멤버 구성은 또 처음이었다.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 일할 때마다 ‘어디까지 했냐’, ‘기다렸다가 같이 보내자’, ‘방금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뭐라고 하신 거냐’ 등등 물어보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똑 부러지게, 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도 못 하고 계속 스트레스만 받다가 어느 날 쌓였던 게 터졌다. 그날도 끊임없이 날아오는 메신저로 방해를 받고 있었다. 나는 그 메신저를 한참 바라보다가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도저히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얘기하고 그날 바로 퇴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큰 문제도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죽을 거 같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얘기해보고 조율해볼 생각도 못 했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나는 또 이렇게 맞닥뜨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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