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아침 방송 작가

by 미니힐

입봉 작가로 들어간 첫 제작사. 아침 방송을 하게 됐다. 무려 생방송. 정말 빡셌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래도 입봉 후 첫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의욕이 넘쳐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메인작가님이 이상하다고 소문난 그곳. 친구 작가가 그곳에서 일하다가 메인 작가님 때문에 나왔었다.


‘아뿔싸! 하필이면 왜 그 제작사가 이 제작사람...’


그 얘기를 듣고 난 이상 메인작가님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면접 때도 좀 히스테리컬해 보였는데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걸핏하면 소리 지르고, 이유 없이 원고를 수정하라고 하고. 나도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납득이 안 되면 계속 물어보는 습관이 있어서 메인작가님께 소심하게 다가가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꼭 수정해야 하나요?”

“이대로 가면 안 될까요?”

“제 생각에는 이렇게 가도 좋을 거 같은데...”


갓 입봉한 작가가 보는 눈이 있다면 얼마나 있었을까.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하면 될 것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메인작가님은 종종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나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힘들었다. 설명이라도 해주시면 좋았을 텐데...


생방송 정보프로그램은 처음이라서 모르는 것도 많았다. 다큐 구성과도 많이 달랐고, 나레이션, 자막도 새로웠다. 무엇보다 빠르게 진행이 됐다. 일주일 안에 섭외, 취재, 구성안, 최종 원고, 자막까지 해치워야 했다. 생방송 전날 편집본이 나오면 하루를 꼬박 새워 더빙원고를 새벽까지 쓰고 몇 시간 후 아침 생방송 녹화를 했다. 패널 리포터에게 나레이션 사인을 주는 게 있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도 떨렸다. 내가 사인을 잘못 주면 다시 찍을 수도 없고 그대로 생방송으로 나가니까 몹시 긴장했다. 종종 타이밍을 못 맞춰서 영상과 나레이션이 물리면서 방송이 나갔다. 초반엔 이 모든 게 정신없이 엉망진창 돌아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졌다.


어느 날 그 무서운 메인작가님이 갑자기 그만두셨다. 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이런 일이...' 새로운 작가님이 오셨고, 우리 팀은 또 빠르게 적응했다. 새로 오신 작가님은 유쾌하고 재밌는 분이셨다. 능력도 좋으시고, 나와 호흡이 잘 맞았다. 질문을 하면 잘 받아주셨고, 쉽게 설명해주셨다. 종종 구성 코치도 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셨다.


그렇게 빡셌지만 재밌게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작가진의 롤이 바뀌면서 나는 혼란에 빠졌다. 페이문제로 몇몇 작가가 빠지고 개편으로 코너가 몇 개 없어지면서 내가 하던 꼭지를 다른 작가와 같이 하게 된 것. 한 코너에 작가가 두 명이라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메인작가님은 둘이 같이 섭외하고, 번갈아 가면서 더빙원고를 쓰라고 쉽게 말씀하셨는데 뭔가 당황스러웠다. 일하면서 자꾸 겹치고 어긋나기 시작했다. 야무지게 롤을 정하자고 말도 못 하고, 답답함만 쌓여갔다. 원래 내 코너였는데 나눠서 하는 것도 싫고, 내 자리를 뺏긴 거 같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잘 얘기해서 여유롭게 진행하면 될 것 같았는데 당시에는 기분이 몹시 상했고, 멘붕이 와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다. 두 명 중 한 명이 나가야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메인작가님께 말씀드리고 그날로 노트북이며 짐을 싸서 제작사에서 나왔다. 인수인계도 필요 없었다. 이미 코너를 맡고 있는 작가가 있으니.


메인 작가님은 왜 그러냐고, 그냥 같이 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셨지만 나는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어도 조금이라도 눈치 보이는 상황은 견디기 힘들었다. 후에 메인 작가님이 연락 와서 도대체 왜 갑자기 그만둔 거냐고 물으셨는데...난 작가님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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