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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이 Nov 09. 2017

시높시스

이것은 나의 성장일기와도 같은 이야기다.

[시높시스]


  나는 이 소설 속 주인공 이수인이다. 30가구가 채 살지 않고 있는 산골 동네에서 아버지와 엄마, 두 오빠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여덟 살 모내기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아홉 살 여름을 끝으로 1년여 간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경험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성장해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릴 적 양 부모를 모두 여의고 고아원에서 자란 엄마에게 보통의 관계에서 볼 수 없는 매우 강한 애착을 바탕으로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살림이 가난했을지라도 나는 매우 영리하고 용기 있는 아이가 되었다. 어느 가을날 예고도 없이 친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아버지와 엄마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나와 여덟 살 차이가 나는 큰 오빠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잠시 아버지에게 속았다는 배신감도 느끼지만 생활에는 큰 변화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일상과도 같은 생활로 되돌아간다. 


  나를 중심으로 여러 사건들이 전개되면서 그 중 한 두 사람이 특별한 인물관계로 맺어지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각별한 존재는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 덕구이다. 엄마가 품팔이를 자주 가셔서 혼자 있게 되는 날들이 많았던 내게 덕구의 존재는 마치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친밀한 애정이 형성된 관계로서 끝까지 의리를 지키며 정서적인 교감을 통하여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관계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 번째 인물은 강봉수이다. 서울에서 엄마와 단 둘이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는 같은 반 친구로 처음엔 대단한 비밀을 안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던 봉수와는 여름 날 냇가에서 멱을 감던 중 내게 생긴 사고를 계기로 매우 특별한 사이가 되고 결국 비밀까지도 함께 파헤쳐 가기 위해 500쪽에 가까운 [제인 에어]를 계주 형식으로 나눠 읽으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동지적 관계로 까지 발전해 나간다. 하지만 결국 마을을 떠나가고 만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의 멘토와 같은 존재, 작은 오빠인 이수영이다. 소설 속에서 내가 겪게 되는 시련과 큰 사건들은 대부분 작은 오빠한테서 생기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인생이라는 것에 대하여 알아가며 성숙해 가는 계기가 된다. 작은 오빠는 그렇게도 좋아하는 책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것으로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한다는 숙명적인 슬픔이 존재하지만 나는 그 슬픔조차도 함께 끌어안으며 나가려는 나이답지 않은 포용력으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면서 점점 마음이 넓은 어른 같은 아이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특히, 여름 한 낮 빨래 줄에 걸린 작은 오빠의 교복 바지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것과 물속에 잠긴 두 다리가 골절되어 보이는 장면은 작은 오빠의 사고를 암시하는 복선과도 같다.


  그 밖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과 자연환경 속에서 나, 이수인은 매우 마음이 넓고 참을성이 많으면서 영리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관찰력으로 감동을 안겨준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과 이미 오래전에 그 시기를 겪어온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아스라이 아려오는 그런 슬픈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나는 [나의 계절들] 주인공 이수인과 함께 웃고 또 어떤 날은 같이 울면서 2017년 여름을 완전히 나만의 것으로 가져와 버렸다.       

                                                                                           2017. 7월의 끄트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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