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울었어야 했는데

-울지 못했던던, 나에게

by 봄의순간

아이의 눈물, 나의 과거를 건드리다


오늘, 아이가 울었다.
내가 데리러 가지 못한다고 했을 뿐인데,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원래는 내가 데리러 가는 날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고,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엄마가 되었다.

아이는 약속과 일정의 변동에 민감하다.
"엄마 나빠..."
그리고 흐앙— 울음이 터졌다.

그 순간, 나의 과거와 마주쳤다.


울 수 없었던 아이

나는 울 수 없는 아이였다.
울었던 기억이 없다.
땡깡 한 번 부리지 못한 아이.
그저 차곡차곡, 마음속에 눌러 담기만 했다.
마음을 표현하면 안 되는 거라고 배웠다.

만약 그때 내 마음을 말했다면,
엄마는 "이상한 소리 말라"고 하거나
아예 듣지 못한 척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였다.
울고 싶어도 울지 않았고,
속상해도 아무 말 없이 참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도
그저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누군가를 원해도 말하지 못했고,
기대하는 감정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졌던 어린 시절.


울 수 있다는 것, 다행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 아이가 울 수 있어서...
나는 다행이라고 느꼈다.

‘괜찮아. 속상했구나.
엄마가 데리러 못 가서 정말 아쉬웠지?’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속으로, 나 자신에게도 말했다.

"그때의 너도, 울었어야 했는데."


채워지지 않았던 사랑


나는 엄마를 아주 오랫동안 미워했었다.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 엄마를.
사랑을 주지 않는 엄마를.

엄마의 사랑은 언제나
아버지와 남동생을 향해 있었다.

그 사랑이 내게 오지 않는다고,
나는 분노했고, 미워했고, 원망했다.

어른이 되었지만,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가 농번기마다 "도와줘" 하면,
나는 내 일정을 바꾸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달려갔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상담실을 두 번째 열었을 때도,
엄마는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너무도 밉고,
서운하고, 또 서러웠다.


받아들이는 순간, 자유로워지다

그런데 오늘,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엄마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줄 수 없는 사람임을.

그걸 비로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도, 나를 꺼내 안는다

엄마가 되면서, 나는 나를 다시 키운다.
오늘도 그렇게, 나를 꺼내 안는다.

keyword
이전 03화아이를 키우며, 나를 다시 키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