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변화가 집안 내력입니다.

나주 여행기 ( 10 )

by 조매영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감은 채 소리를 들었다. 아빠가 산책 나가자고 엄마를 깨우고 있었다. 실눈을 떴다. 어느새 엄마도 일어나 겉옷을 입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엄마는 내게 다시 자라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엄마는 정말 엄마 잘못으로 알 것 같았다. 문 앞에서 아빠가 재촉하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벽걸이 시계를 봤다. 새벽 세시였다. 눈을 비볐다. 그래도 새벽 세 시였다. 한숨을 두어 번 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숨 쉬기 조금 불편했지만 그것이 차라리 좋았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허우적거리며 알람을 껐다. 고요해졌다. 세상에 혼자 남은 기분이 들었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둘러봤다. 낯선 가구와 전자기기들. 집이 아니었다. 일어나 창 밖을 봤다. 인적 없는 번화가는 창백했다. 센치해진 마음으로 의자에 앉았는데 뭔가 이상했다. 기분이 아니라 진짜 혼자다. 분명 함께 나주에 왔다. 다시 둘러봤다. 엄마와 아빠의 짐이 보였다. 알람이 잘못 울린 걸까. 시계를 봤다. 새벽 여섯 시. 알람의 설정은 이상이 없었다. 세 시간을 넘게 산책하고 있다고? 서울이라도 간 걸까.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뭐 했냐 물으니 배고파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고 했다. 일곱 시에 조식이라고 화내려다 말았다. 조식 메뉴라고 해봤자 컵라면과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 밖에 없다. 콩나물 국밥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엄마와 아빠가 침대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잠은 내가 더 잤는데 왜 더 피곤할 걸까. 조금 더 누워 있을까 하다 조식을 먹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엄마가 내려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셔야겠다며 일어났다. 아빠도 커피를 마셔야겠다며 따라 일어섰다.


식당에 들어서니 학교 급식실에 잘못 온 줄 알았다. 이른 아침부터 사격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웃고 떠들며 컵라면에 물을 받고 있었다. 먼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판기에서 뽑아 엄마에게 주었다. 아빠에겐 믹스 커피를 타 주려고 했는데 자신도 아이스커피를 달라고 했다. 언제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게 된 걸까. 어울리지 않았다. 덜 쓰라고 연하게 타서 가져다주었는데도 시럽을 서너 번 넣었다. 변해도 참 엉성하게 변하는 사람이다. 새벽에 일어나 누군가를 깨우는 것도 나를 챙기지 않는 것도 그 강도만 변했을 뿐 결국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컵라면과 샌드위치를 먹고 일어났다. 오늘은 작은 아빠가 있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정신병원이라 했다. 병원은 담양에 있는 산 깊숙이 있다고 했다. 엉성하게 변하는 것이 집안 내력일까. 작은 아빤 과거에는 술 때문에 정신을 놓았는데 지금은 술 없이 정신을 놓은 사람이 되었다. 어디 좋은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아 보였다. 그냥 오랜만에 만나는 동생이라 그런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냥 나를 싫어했던 것도 저런 마음이었을까. 참 예나 지금이나 다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엉성하게 변한 것은 무엇일까. 싫음이 무서움보다 더 많았던 과거에도 무서움보다 싫음이 더 많아진 지금도 제대로 도망가거나 피하질 못하는 것 같다. 친척형에게 전화해 약속 시간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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