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지 않는 것도 재능이다

나주 여행기 ( 13 )

by 조매영

죽녹원에서 내려오는 길. 마주친 점포들 앞에는 관광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댓잎 차, 댓잎 쫀드기, 댓잎 아이스크림. 온갖 것에 댓잎을 넣는구나. 사랑의 맴매라고 쓰여 있는 통에 막대들이 꽂혀 있다. 사랑이라고 강요하는 맴매가 아닐까. 저걸 사는 사람이 있으려나. 때릴 생각으로 기념품을 산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변태가 아닐까.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릴 적 아빠가 던진 리모컨에 맞은 자리다. 다양한 물건들이 생각난다. 때리고 싶은 마음은 용도를 무시한다. 저게 있었으면 저걸로만 맞았을까. 아니 저것으로도 맞았겠지.


친척 형은 다른 것을 먹자고 했지만 나는 기왕 담양에 왔으니 떡갈비를 먹자고 했다. 나는 떡갈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렸다 중얼거린 말이 혹여나 새어 나올까 우걱우걱 먹었다. 먹을수록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괜찮은 척했다. 테이블을 둘러보니 모두 밑반찬에 밥을 먹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오니 아빠는 갑자기 오리배를 타겠다고 했다. 하천에 뭔 오리배냐고 하니 나올 때 봤단다. 나는 됐다고 했다. 친척형도 고개를 저었다. 아빠는 되묻지도 않았다. 엄마 손을 잡고 오리배를 타기 위해 하천으로 내려갔다. 뭐가 그렇게 신났을까. 뒤뚱거리며 빠르게 걷는 폼이 오리 같았다. 진짜 자기가 오리인 줄 알고 뛰어드는 것은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줄 알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신뢰감이 없다.


형과 하천을 따라 말없이 걸었다. 음식점을 지나칠 때마다 자책했지만 티 내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길을 들어서고 나서야 우리는 입을 열었다. 요즘 스크린 골프를 친다는 이야기에는 나도 다시 글을 쓸 생각이라는 말로. 광주에 살고 있는 친척 이야기에는 수도권에 살고 있는 친척 이야기로 돌려줬다. 돌고 돌아 우리는 가족 이야기를 했다. 병원을 옮기게 된 이유, 그간 들었던 병원비, 생떼 피는 행태 등을 들었다. 형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만 남아 있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구는 듯한 태도, 고집, 발언 등을 말했다. 나는 분노를 넘어 공허함만 남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헛웃음만 지었다.


도망갈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등신 둘이 하천을 따라 걷고 있었다.


갑자기 형이 하천을 가리켰다. 엄마와 아빠가 탄 오리배가 보였다. 형은 그래도 부모님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뿌듯하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몸서리쳤다. 형은 작은 아빠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할 수 있겠냐고 묻고 싶었다. 묻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착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묘해졌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우리는 오리배 타는 곳 앞에서 멈춰 섰다. 엄마 아빠가 오리배에서 내려 출입구로 걷고 있었다. 손을 흔들었다. 비명도 아닌데 왜 보지 못할까. 우리가 기다리는 곳의 반대로 걷고 있었다. 애써 소리쳐 부르지 않았다. 우리는 바라지 않는 것에 천재다.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keyword
이전 12화악연도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