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 싶은 섬, 티니안
맑디 맑은 푸른 수정 위에
살짝 떠 있는 작은 섬, 티니안
눈 부시게 파아란 바다 하늘,
동양 서양 모든 세계 포용하는
차모로 원주민의 느긋한 인간미
한때 태평양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 벌어졌던 곳
상처 보듬고 여행객 향한 미소 새로이 피어난 곳
티니안,
머물고 있어도 다시 가고 싶은 섬,
티니안,
변함없이 안아준다
등허리를 철썩인다
평화롭고 따스한 바다 품에서 서성인다
블루 사파이어, 흑진주, 흰 구름,
쪽빛 하늘, 맑은 비, 자유, 날개, 꿈,
미지, 상쾌한 바람, 여운으로 남는 향기,
새의 날갯짓, 울음소리, 흰 파도 음색,
끝없는 사색, 소망으로 번지는 빛,
태양을 건져 올린 손가락 끝 낮별 하나
티니안 유일한 호텔 다이너스티
건져 올린 낮별 하나 걸어두고 태양은 돌려보내
저녁이면 로비에서 울려 퍼지던 그랜드 피아노 선율
상쾌하게 취해서 들녘 산책하고,
깊은 밤엔 카지노 현란한 불빛으로
허락된 별천지 눈앞에서 관람하네
옥외 풀 가족들의 웃음, 젊은 연인의 격한 사랑
아름다운 풍경 몰래 훔쳐보다 생각해
세상은 아름다운 곳, 살아 볼 만한 곳이라고
순식간에 맑고 깨끗한 비 쏟아지고
온몸으로 맞으며 바닷가 산책 나서지
활짝 갠 어느 날
잠시 덮어버린 암운이
거친 파도 소리 만들 소나기 내리붓지
사람도 젖고 바다도 젖고,
젖은 바다 보며 우는 건 울지 않는 거야
비까지 품는 바다에 슬픔도 털어버려
비에 젖은 바다 아름답게 떨고 있잖아
젖은 몸, 젖은 바다에 담그니
따뜻한 바닷물이 포근하게 감싸주네
비 그친 뒤
아름다움의 한계를 넘은 일곱 빛깔 무지개
바다 위에 걸린 채 어지럽게 해
잠시 뒤 무지개 위로
또 하나의 무지개가 더해지네
세상에 태어나서
이리도 아름다운 쌍무지개는 처음이야
쌍무지개 앞에서 현기증 동반한 환호 속에
노아의 방주, 하느님 약속 기억해
홍수로 세상 멸하지 않겠다는 아름다운 약속
바다에 잠겨서 하늘 보다가
하얀 모래에 누워 하늘 보다가
백사장 걸으며 하늘바라기 하다가
수중관광 시작했어
수경 쓰고, 아름다운 빛깔의 열대어를
바다 한가운데서 만나
순간, 인어가 되고 싶더라
바다에 잠수한 채 지상으로 나오고 싶지 않아
파랑의, 보라의, 노랑의, 검은 바탕의 흰, 분홍의,
그 수많은 색깔과 갸륵한 열대어를 향해
쉘 위 댄스?
바닷속에서 즐겼던 율동 뒤로하고,
석양을 맞아
나는 누구인가
난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나는 지금 왜 여기 있는가
지금 원하는 건 무엇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막지 않고 답하기
번지는 수만 가지 색 속에도 질문 머물고 답은 더디다
금색에서 주황색으로, 주홍색에서 보라와 분홍색으로
에메랄드와 블루 사파이어 바다가 온통 오만가지 색과 빛으로 물들어
두 눈마저 붉게 물들어 눈물 한 방울 또르르
어두운 바다 뒤로하고 바다로 향했던 시간과 다른 시간으로 스며들어
티니안, 모든 것이 정지된 곳
부드러운 여유가 숨 쉬는 곳
몇 시간만 있어보면 왜 휴양지인지 알게 되는 곳
다녀온 사람은 두 번 세 번 다시 찾게 되는 곳, 티니안
-- 2000년 7월의 기록과 몇 장의 사진을 보며 시로 정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