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30분 머문 공간에서의 단상
오후 5시 15분, S 동 초록 카페 거의 만석 유일하게 남은 1인용 좌석, 뻔뻔하고 산만한 좌측 여자 앞머리에 구루뿌 만 채 넘치는 쇼핑백 속 프라이팬 내 자리까지 침범하고, 단정하게 책 읽는 우측 남자 떠날 때 휴지 줍고 테이블 닦는 모습은 따스한 감동이다
6시 35분, 귤빛 가로등 공중에 대롱거리네, 때 이른 은행알 조랑조랑 열리고, 회색 구름 가득 머금은 채 푸른 하늘 조금 얹고, 반짝이는 건 은행알, 서늘한 실내 공기 후텁한 바깥공기, 행인 1 어깨 처지고 흐느적한 걸음 재촉하듯 소나기 퍼붓는다
7시 30분, 그림자 술래잡기하기에 이른 시간 금빛 은행알 종알대는 거리, 행인 2 흔들리고, 빛나는 건 방울꽃일까, 진초록 잎사귀 헤쳐 모이다 머뭇거리며 대기에 낮게 드리운다
8시 15분, 딸기 키위 멜론 달콤 케이크 쌉싸름 초콜릿 야채 샌드위치 공기 중에 떠있고, 꽃보다 아름다워 하얗게 피어난 행인 3, 고조된 꽃처럼 고개 숙인 행인 4, 검은 꽃 사람 모두 그림이고 냄새고 소리고 식물이다
9시 45분, 무채색과 유채색 사이 항공사 마크 이제 떠날 시간이야 속삭이고, 뉴올리언스 뮌헨 빈 베네치아 뉴욕 리스보아 오클랜드 두브로니크, 안팎 행인 5와 6 겹치고 섞인 공기 텁텁한 세상으로 내딛고, 101번 603번 472번 항공기 도착, 행선지 어디일까, 슈만 피아노 5중주는 진정제, 목적지 안착, 돌아보니 701번 항공기 멀리 구르다, 공기 확연히 다르고 초록 카페 원두 갈아 커피 내리다, 11시 11분 마시는 음료는 각성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