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꿈을 분석하다
꿈 하나,
소변 못 가리는 여자아이가 있다
여자아이를 내가 보살폈는지
다른 누가 보살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변 못 가리는 아이는 결국 나였다
배설이 의미하는 상징성을 내게 적용하니
겉은 어른이지만 내면은 미숙하고 여린 나더라
어른이 된 내가 미약한 내면아이를 보살필 때다
꿈 둘,
'투게더'란 영화를 봤다
지극한 양부의 정신적 물질적 지원으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성장을 그린 OST가 아름다운 영화
그런데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뜬금없이
다이아몬드 모양인지 마름모 모양인지
정확한 형태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래는 청색 위는 적색이다
Together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청과 적의 대조가 독특한 기둥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눈 풀리고 힘 빠진 내가 함께를 향해 이제야 발을 떼고 걷기 시작한 걸까
청과 적은 뭘까, 마름모꼴 나침반일까,
남과 북, 동과 서의 사람과 함께하려면 꿈속 기운이 향하는 곳으로 쫓아가야지
꿈 셋,
누군가 나를, 처음엔 나를 포함 여럿이었다
좀 지난 뒤엔, 집중적으로 나만 무섭게 따라붙었다
너무 무서웠지만 소변이 마려워서 눈을 떴다
볼일을 마치고, 꿈을 기록할까 계속해서 꿈을 꿀까 망설였다
거실에 불을 켜 놓고 뭔가 기록한다는 게 무서웠다
다시 자리에 누워서 뒤치락거리다가 잠들었다
좀 전에 꾸었던 꿈의 연장이었다
나를 따라오는 그것은 처음엔 사람이었는데 나중에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 무서워서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곁에 있던 짝꿍이 잠결에 '왜 그래?' 물으며 흔들어 깨웠다, 누가 자꾸 날 따라와
꿈의 마지막은 공항이었다, 날 괴롭히는 그 어떤 것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를 보고 외쳤다, 외쳤다지만 진이 빠져 있는 상태라 목소리는 너무 작았다
이제 따라오지 마, 나 혼자 갈 거야, 그가 저만큼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따라오지 않았다, 처음엔 빈정거리는 것 같다가, 웃는 모습으로 변했다
어디서 본 얼굴이다, 한국인이 아냐, 아 그래, 작년에 관람했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꿈의 시작은 공포스러웠으나, 끝 부분은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쫓기는 꿈을 꿀 때마다 무서웠던 거다, 그러나 상대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 코믹배우 빌 머레이가 무서운 꿈을 순식간에 와해시켰다
마음으로 통역되는 순간, 서서히 윤곽이 드러났다
빌 머레이는 보좌하고 있었던 거다, 소변 못 가리는 어린 여자아이를, 안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