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발화 [35/365]

by 김까치

꽤 오래전부터 글 쓰듯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은 보통 후회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낮에 뱉어낸 말들이 실제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날, 경솔한 단어 선택으로 상대에게 실망을 안겨준 날들의 생각일 것이다.


말을 글 쓰듯 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질문을 받으면 10초든, 20초든 생각을 정돈한 후에 입을 여는 이들이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나는 이렇게 발화하지 못한다. 입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든 즉답하고자 무의식적으로 애를 쓴다. 그래서 후회가 많다.


앞에 뱉은 말을 한참 뒤에 다시 정정하는 사람도 있다. 30분 전에 한 말의 의미를, 다른 말을 하면서도 곱씹는 이들이다. 이들은 생각에 꼭 들어맞는 단어를 고르기 위해 애를 쓴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정중하고 다정하게 앞서 한 말을 정정한다.


이들과 나의 차이가 어쩌면 성실함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어디든, 누구를 상대로 하든, 모든 발화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그들에게는 있고, 내게는 부족한 것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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