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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Dec 22. 2019

'수화'가 아니고 '수어'입니다.

수어를 배우며 생각한 것 

저대로 팔을 좌우로 두세번 흔들면 '좋다'라는 의미의 수어이다.
수화가 아니라 수화언어=수어 입니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는 한국어와 동등한 위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대학교때의 목표가 서른 다섯살까지 5개국어를 마스터 하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할 줄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약간의 일본어(한자바보)뿐 이다.

목표는 마흔살로 연기되었는데 몇 년 후에는 다시 마흔 다섯살로 연기할 것 같다. 


태국어를 배우다 문맹생활이 괴롭다며 그만두고, 

코사어를 배워보다 아프리카를 떠나며 관두고,

스페인어를 깔짝거리다가 잠시 중단중이나 아직도 미련과 로망을 버리지 못했고,

미국인 친구를 꼬셔서 한국에 있는 프랑스어 학원(친구가 한국어를 조금 알고 선생님이 영어를 조금씩 사용해 설명 해 주심)을 같이 다니다가 프랑스어는 내 언어가 아니라며 때려치우고, 

정복을 꿈꾸며 시작한 에스페란토는 두 달 만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시작만 위대하고 그 끝은 엄청나게 초라한 내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언어는 

다행히 일본어와 수어. 최근 1년간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활력소는 수어와 농문화다. 


언어는 세상을 보는 창문과 같아서 많은 언어를 배울수록 세상을 보는 채널이 더 늘어나는 거라는 예전 교수님 말씀은 내 삶의 모토가 되었다.

수어는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던 언어였는데 주변에 농인이 없고 배울곳도 마땅치 않았었다. 요즘은 지역별로 수어통역센터가 생겨서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수어를 배우면서 농문화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롭고, 표현력이 좋은 시각적인 언어라서 배울수록 재미있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 실력이 늘지도 않으면서 흥미가 줄지도 않는게 문제. 재밌으니까 포기할수가 없다. 


수어 입문반을 등록하고 처음으로 교육원에 갔던 날, 화장실 앞에 줄을 서 있는데 누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아! 그냥 말로 하지, 왜 모르는 사람이 내 몸을 건드려!' 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으르렁 하며 돌아봤더니, 화장실 줄이 기니까 아래층엔 사람이 적을 거라고 알려주시는거다. 

그 분이 농인이어서 손으로 날 부른거였다. 



농인들끼리는 서로 손을 흔들거나 어깨를 살짝 쳐서 부른다. 

막 예의없게 툭툭 치는게 아니라, 사알짝 톡톡. 아무데나 치는 게 아니고 어깨 쪽을 친다. 


수어 배운다고 하면 아직까지도 조금 특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수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뭐 그런게 아니고, 그냥 언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농인이 수어를 하는 것도 특별히 아름답다거나 불편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나의 모국어가 한국어라 한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수어가 모국어라 수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냥 자연스러운 거다. 



수어는 한국어, 영어와 같은 또 하나의 언어 입니다.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의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수어입니다. 

농인들 모두 수어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수어는 한국어와 문법이 다르고 수어만의 문법규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어에 익숙한 농인들이 한국어를 쓸 때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한국어에 익숙한 청인들이 수어를 할 때 수어문법을 파괴하고 어색한 수어를 하는 것 처럼? (아마도?) 

수어는 시각 언어인만큼 음성 언어보다 더 명확하고 직설적입니다. 

수어는 세계 공통어가 아닙니다. 한국에는 한국수어, 미국에는 미국수어, 일본에는 일본수어가 있는데, 한국수어와 일본수어가 비슷한 면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적이 다른 농인들끼리 소통할때는? 국제수어가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있고 못하는 한국인이 있듯이, 국제수어를 배운 농인이 있고 안배운 농인도 있습니다. 


* 수어를 배우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여기에 모아보고 싶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따뜻한 충고와 함께 지적해 주시면 감사히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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