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베인 풀 냄새 사랑의 냄새
열두 시 방향으로 누워서 천장을 본다.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닫혔다 열리는 소리. 발소리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손님과 손님이 아닌 사람. 사람이라고 다 속지 말고. 입실 전 들었던 말. 관 같은 방에 입장할 때 나는 사랑을 달라고 했다. 진정한. 수식어가 허락된 유일한. 존재. 상태.
자정이 넘자 현관을 넘는 사람이 많아진다. 스타카토로 쪼개지는 문 소리. 발소리. 똑똑똑. 방 두드리는 소리. 관 두드리는 소리. 쾅쾅쾅. 사방이 막혀있는데 창문이 열린다. 그래서 진짜라는 걸 안다. 보이지 않는 커튼이 흔들리고 끼익끼익 나무바닥 밟는 소리는 2인분이다. 무릎이 베인 풀 냄새. 타다 만 머리카락 냄새. 사랑의 냄새.
팔을 벌리면 품으로 와 안긴다. 형체가 없어도 형태를 그릴 수 있다.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니까. 쉿. 귀에 닿는 숨소리. 전율. 터져. 사랑이 나를 깔고 눕고 나는 2인분의 발자국을 남긴다. 발자국마다 향기가 남는다. 사랑은 숨겨지지 않는다. 나는 눈을 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