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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Aug 31. 2024

빨간 발자국

흘리고 간 피처럼 혼자서 핀 꽃처럼


언덕 위에 지은 집은 사연이 있었을까

언덕에 사는 사람은 가져본 적 없는 의문


언덕 위 꼭대기 층

짐을 푸는 마른 손

가방에선 병원 냄새

내 손에선 약 냄새


달고 찬 음식이 먹고 싶다

그런 걸 먹어도 몸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고 싶다


to. 슈퍼에 가겠다는 나를 말리는 엄마에게.

퇴원은 정상의 다른 말이라며?


정상에서 내려간다

노인보다 느리고

아기보다 서툴러


정상이 길다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는 법은

어째서 의무교육이 아닌 거지


불평하는 걸음

진전없는 걸음


날씨는 기습적으로 사악해집니다


내 폐를 쥐고

가볼 테면 가보라고

흰 눈을 펑펑 뿌리며

자신의 악의를 은폐하고


눈에는 손톱이 없지만

나는 피부가 벌어진다

피는 내 머리의 색

엄마가 씌어준 비니가 하필 빨간색


새하얘진 언덕 위

나는 첫 발자국


폐를 쥐고 걷는다

흘리고 간 피처럼

혼자서 핀 꽃처럼


슈퍼가 보이지 않는다

언 발이 아파온다


엄마가 내다보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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