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도 9시라니 신기하다. 5시 50분에 일어났다가 기상 인증을 하고 화장실도 다녀왔는데 졸려서 다시 잤다. 어제의 수면부족으로 잠이 더 필요하기도 했고, 주말이라는 사실이 적절한 핑계가 되어주기도 했다. 챌린지도 평일에만 인증을 한다. 마지막 직장을 나오면서 남들 쉴 때는 쉬는 일을 하자고 다짐했었다. 주말에 맞춰 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건 그 때문이다. 한주를 무탈히 보내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가 관건이다. 잠을 조금만 못 자고 하루를 날려버리는 인간인지라 더욱더 신경 써야 한다.
아침 시간이 늘어나니 좋다.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서 하루의 성취감이 올라간다. 어제의 아침 공기는 서울로 아르바이트를 다닐 때의 냄새가 물씬 났다. 신문사에서 전자책 만들기 아르바이르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 아주 좋은 일이었다. 관심분야이기도 하고, 적성에도 잘 맞았다. 그곳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상용화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서 일했으니 허무하게 날아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 그 기술을 더 오래 배워두었으면 좋았을걸. 회사를 그만두고도 종종 후회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을 현혹시키기에 참 좋은 회사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알바생으로 일하기 전에 며칠에 걸쳐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커다란 오피스텔의 사무실 몇 개를 번갈아 사용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정장을 잘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네 개의 엘리베이터를 줄지어 이용하며 분주히 오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이제 막 돈벌이를 시작하려는 알바생으로서는 별별 꿈을 다 꿔보게 되는 것이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됐다. 파리바게트에서 빵 몇 개를 점심 대용으로 받으면서도 한 끼쯤인데 뭐 어떠냐, 교육이 끝나면 달라지겠지 여유를 부릴 수 있던 것도 서울 간답시고 어설프게나마 차려입은 내 모습이 어찌 되었든 사회인들의 풍경 안에 들어갈 정도는 되는 것 같아서, 사진 셔터를 누르기 전의 사진사가 어이, 거기는 좀 나오지? 할 때 걸려 나올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였다.
그런 알 수 없는 도취감이 부당하거나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사소한 일들을 선뜻 이해하고 넘어가게끔 만들어서,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신문사로 정식 출근하게 될 때까지 원하지도 않는 오색찬란한 꿈을 참 열심히도 꾸었다. 신문사는 오피스텔에 비하면 너무도 작게만 느껴졌지만, 그래도 내부는 깔끔한 편이었고 작업하는 공간도 쾌적했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공간은 화장실이었는데, 변기에 앉으면 눈앞이 바로 벽이고 오른쪽 어깨로 그림 같은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 있었다. 요즘 식대로라면 #감성화장실 #나만의포토존 같은 태그를 달아주어야 할 것만 같은.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2022년 9월 24일
오늘 쓴 시에는 ‘2인분’이라는 말이 두 번 들어갔다. 평소에도 ‘1인분’이나 ‘제 몫’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편이다. 자신의 밥그릇을 침범하는 숟가락은 견디지 못하는 식탐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 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어엿한 사회인’ 같은 말은 마땅히 치러내고, 쟁취해야 하는 과제처럼 다가왔다. 자신이 조직 생활에 전혀 맞지 않는 성향의 인간임을 인정하기까지 긴 외로움이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내 몫을 했는지, 부끄럽지 않은 내 나이의 인간이었는지.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의식하며 분투한다. 그러니 주말의 존재는 얼마나 감사한지. 자신이 방구석의 먼지처럼 굴러다녀도 내버려 두도록 허락한다. 쉬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좋다. (2024. 0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