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는 고달프다

by 유자와 모과

“근데 크루즈는 모든 식사가 공짜잖아. 그럼 아무 때나 레스토랑 가서 먹을 수 있어?”

“아마 그럴걸?”

“그럼 배에 카페도 있어? 커피도 공짜야?”

“아마 그럴걸?”

“그럼 배에 도서관도 있어? 다 영어책일까?”

“아마 그럴걸?”

“야!”


모과는 부산에서 오사카로 가는 팬스타 크루즈를 타본 적이 있다. 크루즈 안에는 식당도 있고 오락실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우리가 타게 될 프린세스 크루즈는 규모가 훨씬 커서 어떤지 모르겠단다. 나는 처음 타보는 거라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크루즈에 대해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서 크루즈 여행 책 두 권을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얼떨결에 여행을 가게 된 모과는 다른 크루즈 여행 상품은 어떤지 찾아보았다. 퇴직하면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세계일주 크루즈 상품은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모든 비용을 포함한 113일짜리 상품이 6천만 원에서 7천만 원이다. 1억 넘는 상품도 있다.

조금만 시선을 낮춰보자. 30일짜리 남미 일주 여행은 2800만원이면 가능하다. 살짝 더 고개를 숙이면 10일짜리 상품도 있다. 평균 500만원이면 충분하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예약한 상품은 땅바닥에 엎드려야 겨우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신청한 크루즈는 원래 도쿄에서 출발하여 부산을 거친 후 도쿄로 돌아오는 8일짜리 패키지다. 이 상품을 5박 6일, 3박 4일로 쪼개 한국 여행사에서 팔고 있다. 프린세스 홈페이지에서는 8일짜리 패키지만 판매한다. 인사이드 객실 기준 75만원이다.

한국 여행사에서는 그 상품을 구매한 후 일수를 나눠 판매하는 것 같다. 5박 6일짜리 상품 가격이 인사이드 객실 기준 69만원이다. 3박 4일이 30만원이니 둘을 합치면 100만원. 여행사에서 대행 비용으로 25만원 정도를 가져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게 특가라고? 직장인이라면 휴가 쓰는 게 어려우니 이렇게라도 다녀오는 게 낫겠지. 인터넷으로 크루즈 여행기를 읽던 모과가 소리친다.


“우리 상품이 왜 특가로 나왔는지 알겠어. 나가사키는 8월 말에 폭우가 내린대.”

“비가 안 올 수도 있잖아. 우리 작년에 장마 기간에 남해 놀러 갔을 때 해만 쨍쨍했잖아.”

“비야 그렇다고 쳐. 8월 말에서 9월 초가 일본 태풍 오는 시기래. 도쿄는 태풍이 지나가는 도시라는데.”

“그렇구나. 싼 이유가 있었어.”

“내가 일본 태풍 오는 걸 걱정할 줄이야...”


비 오는 건 괜찮다. 운치 있고 좋지 뭐. 태풍은 다르다. 태풍이 오면 목숨을 건 관광이 될 수도 있다. 태풍이 몰려와 크루즈가 나가사키 항구에서 멈춰 버리면 어쩌지? 도쿄 숙박과 비행기 표 취소가 가능할까? 크루즈 내에서 머무는 일정이 늘어나면 돈을 더 내야할까? 무료로 숙박과 식사를 제공해 줄까? 태풍으로 출발 자체가 취소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모과 얼굴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저러다 울겠는걸.


자연재해에 관한 환불 규정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찾아보려 크루즈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한국어 웹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배너가 정중앙에 뜬다. 당연히 한국어로 이동. 아무리 찾아도 규정에 관한 내용은 없다.

영문 홈페이지와 비교해보니 한국 사이트는 요약 정리 노트 수준이다. 가장 중요한 규정조차 번역해 놓지 않을 거면 한국 사이트는 왜 만든 걸까? 영문으로 겨우 규정을 찾았다. 보험 약관처럼 빼곡하다. 의욕이 사라진다. 내일 다시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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