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침대가 흔들리지 않는다. 항구에 도착했나보다.
조식을 먹으러 6시에 맞춰 뷔페 식당으로 올라간다.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좀 더 부지런히 살아야겠다고 반성하며 빈자리를 찾는다.
아침 메뉴가 전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직원도 별로 없다.
하선 준비하느라 바쁜가보다.
일본식 된장국과 밥, 파인애플, 메론, 살구, 바나나를 먹었다.
크루즈에 있는 레스토랑 식탁에는 티슈가 없다.
입이나 손에 음식이 묻으면 천 냅킨으로 닦아야 한다.
방에도 휴지가 없어 필요하면 화장실에서 갖다 써야 한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휴지가 없는 대로 지낼만하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확실히 휴지를 덜 쓰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야외 수영장 2층으로 올라가 항구 주변을 감상한다.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나가사키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높은 빌딩 사이로 코스모월드 대관람차가 웅장하게 서 있다.
하늘은 높고 해는 쨍쨍하다.
오늘 하루도 얼마나 더울지 빤하다.
직원들이 갑판 위에서 만국기를 걸고 있다.
기다란 줄에 국기를 하나씩 꿰어 잡아당기면 국기가 허공을 가로질러 배 끝 쪽에 매여 있는 줄로 이동한다.
방으로 돌아가 짐을 싼다.
전날 받은 안내문에는 짐 운반을 원하면 밤 9시까지 캐리어를 문 밖에 놓으라고 적혀 있다.
요코하마 당일치기 관광 상품이나 하네다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상품도 신청할 수 있다.
어제 밤 복도는 방문 앞에 놓인 캐리어들로 꽉 찼었다.
본인이 가져가려면 당일에 끌고 가면 된다.
우리는 캐리어가 작아 운반이 필요 없다.
하선할 때도 순서가 있다.
크루즈 측에서 정해서 알려준다.
표로 깔끔하게 정리된 안내문에 따르면 우리가 속한 조는 E이고 오전 7시 50분에 비발디 레스토랑에서 모여 하선하면 된다.
휠 하우스에 모인 우리 조는 2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잠시 후 E 그룹 차례라는 방송이 나오고 승객들은 직원 인도에 따라 갱웨이로 이동한다.
마지막으로 메달을 스캔하고(크루즈에서 정산하지 못한 금액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용도) 배 밖으로 이동하면 된다.
선내에서 사용한 금액은 하선 전까지 안내데스크에서 정산하면 된다.
안내데스크 옆 키오스크에 메달을 스캔하면 그동안 내가 결제한 내역을 프린트물로 받아볼 수 있다.
우리는 승무원 팁(하루 16달러)과 술값으로 약 21만원을 지불했다.
합산하면 2명이 총 80만원을 내고 3박 4일 크루즈 여행을 즐긴 것이다.
통로를 따라 쭉 걸어서 항만 터미널 안으로 들어간다.
전날 맡겨놓은 수화물들이 색깔별로 태그를 달고 배치되어 있다.
짐을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어디로 가면 되는지 두리번거린다.
여권이나 짐 검사하는 데를 찾을 수가 없다. 엊그제 나가사키에서 입국 심사를 할 때부터 일본에 들어온 걸로 간주되었기에 크루즈를 나오면 그것으로 끝이다.
목에 맨 메달은 어디에 반납하지?
크루즈에서 기념품으로 주나보다.
캐리어를 끌고 터미널 밖으로 이동한다.
택시와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우리는 요코하마를 구경해야 할지 바로 도쿄로 이동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메달을 만지작거린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안녕. 좋은 시간이었어.
작가 월리스는 두 번 다시 크루즈 탑승을 하지 않겠다고 책에 적었지만 나는 두 번 세 번 네 번 타고 싶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