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출근 과정

by crtlife noah

흔한 출근 과정

쓸데없는 생각을 마치고 회사 입구에 들어서서 주섬주섬 사원증 목걸이를 꺼냈다. 불편하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평소에 차기는 싫고, 회사 들어갔다가 나올 때만 출입을 위하여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꺼내게 된다.


로비로 들어와 사무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태현이가 보여서 인사를 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서로 순간적으로 3초만 밝게 인사를 하고 어색하게 핸드폰을 쳐다본다. 태현이는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는 동생이다. 아침부터 봐서 반갑지만 동생을 편하게 다루어주는 방법은 같이 핸드폰을 보는 방법 말고는 없다. 이전에는 인사 외에도 몇 마디 말을 나누어 봤지만 오히려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나도 핸드폰을 본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불편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동생도 불편하다고 생각하였다. 이게 맞는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사람 속은 알 수 없기 때문에 평소에 즐겨 보지도 않는 핸드폰을 멍하니 보게 된다.


이것저것 앱만 바꿔가면서 클릭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의 도착음이 울렸다. 문득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에 혹시나 CTO를 마주칠까 조마조마하다.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게 있는 걸까?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항상 이런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다. 실제로 마주쳐도 CTO에게는 수많은 직원 중 하나일 뿐이겠지만 나에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려운 존재다. 그래서 괜히 마주치면 평범한 나를 들키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긴장 속에서 기다리던 문이 열리고 빈 엘리베이터임을 확인하니 저렴한 복권에 당첨된 느낌이 든다. 오늘따라 유난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탄다.


아무도 타지 않은 빈 엘리베이터에 출근을 위해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이 같이 타기 시작한다. 일찍 내리지만 난 구석이 좋아서 빠르게 끝 모서리를 차지한다. 이 모서리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서로 부딪혀서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신경을 쓰게 된다. 앞사람을 신경 쓰면 뒷사람이 불편하게 되고 왼쪽 사람을 신경 쓰면 오른쪽 사람이 불편하게 된다. 모서리에 있으면 두면은 벽이라서 그런 생각을 안 해도 된다. 그리고 벽에 있으면 주변의 사람들도 벽에 있는 나를 의식해서 그런지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서리의 가장 큰 장점은 모두를 어색하지 않게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오늘도 이 모서리에서 어떤 사람이 오늘 출근하는지 오랜만에 옷을 갖춰 입고 탄 회사 동료는 없는지 지켜본다. 아까 인사했던 동생은 버튼을 누르는 모서리를 차지했다. 그 동생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어떤 게 그렇게 재미있길래 핸드폰 화면만 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생만 의식하고 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동생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러고 있어서 나만 이상해진 느낌이 든다. 수십 명이 탄 엘리베이터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고 모서리를 차지한 남자라니 그들에게 나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만족스러운 기분이 든다. 잡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내가 가려는 층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5층에서 내릴까? 16층에서 내릴까? 5층에는 출근해야 하는 사무실이 있고 16층에는 카페가 있다. 바로 16층에 가서 동선이 낭비되지 않도록 커피를 마시고 최적화된 하루를 시작할지 아니면 사무실에서 기다리다가 동료들을 데리고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하루를 시작할지 고민이 되었다. 사무실에 가면 사람들이 충분히 오기 전에는 커피 마시러 갈 수가 없다. 적극적으로 내가 사람을 모아서 커피를 마시러 가는 유형도 아니어서 늘 사람을 모아서 커피 마시러 가는 동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사람이 모이면 붐비는 출근 시간의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사무실에 가서 티타임을 기다리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행위지만 하루를 업무가 아닌 동료들의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하게 해 준다. 업무가 아닌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일이다. 그래서 업무에 쫓기는 날이 아니면 대부분 사무실에서 동료를 기다렸다. 오늘은 특히나 쫓겨야 할 업무가 없는 날인데 평소처럼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얼른 사무실에서 동료를 기다려야겠다.